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전문연구원 홍인경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전문연구원 홍인경

“왜 아무리 쉬어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 걸까”, “왜 자도 자도 끝이 없이 잠이 올까” 곧 노곤해지는 봄이 온다. 새싹이 움트듯 만물이 기지개를 펴고, 코비드(COVID) 팬데믹에서 벗어나 활동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이맘때는 한 줌 흙을 자기 생각과 의지에 따라 형상화하고, 좋아하는 열매나 아끼는 색깔, 소중하게 여기는 향기를 창조할 수 있도록 벌거벗은 땅을 바꿔놓을 준비를 할 때이다.

전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2~3학년생들 10명은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매주 수요일, 식물을 키우며 시간을 보냈다. 스스로 정한 공동규칙을 지키며 자연을 벗 삼아 활동한 텃밭은 학업과 취업 스트레스가 많은 청년들이 휴식을 취하는 최고의 공간이었다.

전주시 덕진구에 자리잡은 텃밭은 287㎡ 규모의 자그마한 직사각형 뜰로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전주시농업기술센터와 협업해 조성했다. 이곳은 식물뿐 아니라 사람도 함께 성장하며 공동체적 사명감으로 열심히 땀 흘리는 공간이 되었다.

손길에 응답하기라도 하듯 채소들은 텃밭에서 위풍당당, 고고한 자태를 뽐냈다. 채소를 심고 가꾸는 식물 한살이 과정을 보며 청년들은 농부의 땀을 이해하고 농산물을 활용한 레시피를 만들며 해맑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파릇한 젊은이’, 이른바 ‘파절이’로 통했던 청년들의 수요밥상은 식생활 변화를 가까이 볼 수 있는 경험으로 어느 카페 부럽지 않은 파티 공간을 만들어줬다. 채소 활용에 대한 열띤 논의를 통한 ‘농사놀이’는 청년들이 어색할 겨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쉽게 친근해지는 시간을 만들어줬다.

수업을 마치고 서둘러 달려오는 청년들의 숨 가쁜 소리에 가끔은 걱정이 드는 수요일 오후지만 이 시간은 연구자들에게도 기쁨이 되었다. 청년들은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다는 증상을 호소하다가도, 기침을 심하게 하여 남에게 폐가 될까 걱정되더라도, 다리를 다쳐서 깁스를 하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현장을 방문했다. 원예를 공부하고 있지만 새로움에 무척 설렌다는 이들의 발걸음은 언제나 가뿐했다.

실제로 텃밭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의 학업과 취업 스트레스는 활동 후 8.7% 감소했다. 또한, 식물 재배 활동 18.2%, 식물 친숙도 9.1%, 공동체 의식은 11.4% 증가했다. 텃밭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4.38로 매우 만족으로 나타났다.

농업은 자연의 원리에 따라 순환하는 탄력성을 보유하고 있는 힐링의 대표적 코드이다. 문학의 거장인 헤르만 헤세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신의 근본인 문학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늘 텃밭 정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곳에서 경작과 재배를 통해 자란 과일과 채소를 보며 기쁨을 만끽하고 행복을 느끼며 대작을 구상했다. 텃밭 활동은 자연 속에서 청년 스스로 휴식을 찾도록 유도한다.

모르는 것을 알게 하고 일상의 탈출구가 되는 텃밭은 안식처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연말 ‘파김치’로 연예대상을 탄 전현무 아나운서의 소감 영상을 보면서 채소가 주는 또 다른 힐링을 느껴본다.

농업은 각자의 속도에 맞춰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치유의 힘은 개별적 건강뿐만 아니라, 마을과 지역, 국가까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건강하게 바꾸는 힘이 된다. 필자는 지속가능한 농업의 가치가 개인의 행복과 즐거움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힐링의 시간으로 확대될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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