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과잉 쌀 시장격리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직부의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양곡관리법 개정안(대안) 본회의 부의의 건’을 무기명 투표를 통해 의결했다.

이날 본회의에 직부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골자는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수확기 쌀값이 전년 대비 5% 이상 하락하면 정부의 쌀 매입을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논에 재배하는 타작물에 대해 정부가 재정적으로 지원토록 하는 근거도 담겨 있다.

이를 놓고 국민의힘 측은 쌀 과잉 생산 구조 고착화와 과도한 재정 투입 우려로 강력 반대하고 있다. 양곡관리법은 겉으로 보면 농민을 위하는 것처럼 돼 있지만, 사실은 농업을 파탄시키고, 농민들을 도탄에 빠뜨리는 법안이라는 것이다. 매년 쌀 소비량이 줄어가는 상황에서 양곡관리법이 통과돼 초과 생산된 쌀을 사들여야 한다면 당장은 쌀값이 고정되고 농민들 생계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다른 농사를 짓던 농민들도 모두 쌀농사를 짓게 돼서 쌀은 과잉되고 그것을 수매하는 데 농정에 투입돼야 될 예산들이 모두 한쪽에 치중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만일 이 법이 그대로 통과되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건의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에서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을 물가정책과 연계해 방치하는 재정당국의 재량권 남용을 방지하고, 농가소득보장과 쌀값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맞서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여당의 주장처럼 천문학적 재정이 소요되는 법안이 아니며, 정부가 무제한 수매하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쌀소비 감소로 인한 쌀 공급과잉 문제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논타작물재지원사업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전략작물직불을 확대하거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있는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제대로 추진한다면 쌀 시장격리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2월 국회 임시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현재 여당과 야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처럼 앞만 보고 내달리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농민단체들간에도 이견을 보이는 등 농업계의 분열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대로는 안된다.

이와 관련, 지난달 30일 개표가 끝난 후 한 김진표 국회의장의 발언은 새겨들을 만 하다. 김 의장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쌀시장 안정과 식량안보 차원에서 찬성하는 의견과 재정부담 및 장기적인 쌀값 하락 우려로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며 “이러한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중심으로 무엇이 농민을 위하는 것인지 심사숙고해서 여야가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김 의장이 촉구한 대로 여와 야는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 양곡관리법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국회 농해수위 만큼은 그동안 여·야 구분 없이 농민들의 이해와 권익, 농촌의 미래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전통을 이어져 오지 않았는가.

그 대안에는 지난해 쌀값 폭락의 원인이 정부가 양곡관리법 시행령에 명시된 시장격리 요건이 충족됐음에도 제때 시장격리를 하지 않았고, 역공매 최저가 입찰 등 매입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매입시기와 방법 등 구체적 개선방안이 포함돼야 할 것이다. 또한 쌀 생산량을 조정해 쌀 가격을 정상화하고, 콩 등 타작물의 식량자급률을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확대 등도 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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