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 농업연구사 민예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 농업연구사 민예진

소비자는 돼지고기를 고를 때 어떤 점을 고려할까?

농촌진흥청 조사(2022 한국인의 소‧돼지 소비트렌드)에 따르면 고기 잡내가 없는 돼지고기가 37.5%로 신선함과 맛을 이어 3번째로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

소비자 선택에 큰 영향을 주는 잡내는 주로 누린내를 의미한다. 누린내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에는 수퇘지의 수컷 호르몬에 따른 생리적 요인, 돼지에 급여하는 사료 및 사육 환경 요인, 도축·가공·유통상의 요인 등이 있다.

사육환경과 도축·가공·유통요인은 사람이 관리할 수 있지만, 수퇘지의 생리적 요인은 인위적으로 제거해 줘야 한다.

수퇘지에서 누린내가 나는 이유는 스카톨(Skatole)과 안드로스테론(Androsterone) 때문이다. 스카톨은 장내 박테리아의 단백질 분해 등으로 생기는 화학물질로 사람 배설물에도 함유돼 있다. 스카톨은 간에서 분해되는데, 수컷 호르몬인 안드로스테론이 스카톨의 분해 과정을 방해한다. 그 결과로 돼지의 지방 내 스카톨과 안드로스테론이 축적되고, 돼지고기를 가열할 때 휘발되면서 나는 냄새를 누린내, 웅취라 하는 것이다.

그럼 안드로스테론 호르몬은 왜 생성되는 것일까? 수퇘지도 사람처럼 성적 변화가 오는데, 생후 5∼8개월령에 성성숙이 일어난다. 시상하부에서 성선자극-방출호르몬(GnRH)을 분비해 뇌하수체를 자극한다. 뇌하수체에서 성선자극호르몬이 분비되고 이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수퇘지는 수정 능력을 갖게 되며 안드로스테론 분비가 증가하는 것이다.

따라서 웅취 원인을 제거하지 않은 돼지는 도축 후 누린내가 날 수 있다. 식육에서 웅취는 안전성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누린내의 유무는 돼지고기 소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웅취 제거는 중요하다. 그럼 웅취 기작을 없애는 방법들은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인 웅취 제거 방법은 수컷 자돈의 거세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돼지 사육농장의 95%가 넘는 곳에서 수퇘지를 거세한다. 수퇘지의 거세는 안드로스테론의 생성을 차단하여 스카톨과 안드로스테론의 지방 내 축적을 막는다. 수퇘지의 거세는 웅취 제거뿐 아니라 수컷 호르몬을 차단하여 공격성이 적어지는 효과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동물복지 문제로 물리적 거세를 수행하지 않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영국, 아일랜드는 거세를 금지하였고, 스페인, 포르투갈 또한 부분적 제재를 가하고 있다. 웅취를 없애기 위한 다른 대안들도 나오고 있다. 그중 하나로 수퇘지를 성성숙 전에 출하시키는 방법이다. 영국, 아일랜드, 뉴질랜드, 호주 등은 돼지의 성성숙이 일어나기 전 출하시켜 웅취가 적은 고기를 생산한다. 다른 방법으로 GnRH 백신을 투여하는 면역학적인 방법도 있다. 체내 GnRH 항체를 생성시키고 이차적인 연쇄 기전을 모두 차단해 궁극적으로 안드로스테론의 분비를 억제하고 나아가 스카톨의 축적을 효과적으로 예방한다.

물리적 거세는 전 세계적으로 동물복지 측면의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나라는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거세로 인한 고통을 줄여주기 위한 노력에는 노동력과 비용이 들며 거세를 하지 않은 경우엔 낮은 상품성으로 해외시장에서 외면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물복지에 대한 요구는 강화되고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웅취 저감 방법에 대한 연구와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면역학적 거세 약품이 다시 수입되기 시작했으며, 웅취의 주요 원인 호르몬인 안드로스테논, 스카톨, 인돌의 화학적 농도가 낮은 개체를 선발하여 계통을 조성하는 연구와 웅취 저감용 원료사료를 발굴하는 연구 등이 시도되고 있다. 앞으로 소비자와 생산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웅취 저감 기술 개발과 도입에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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