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판 261쪽, 문학사계 출판
신국판 261쪽, 문학사계 출판

[전업농신문=이태호 기자] 소설집 ‘하얀 민들레꽃’이 최근 출간됐다.

이 소설집은 이춘원 작가가 한국소설과 문학사계에 발표한 9편의 다양한 소재의 단편과 중편소설을 한데 엮어 계간 문학사계에서 출판한 것으로 무역회사를 경영하던 이춘원 작가가 소설을 쓰게 된 동기가 특별해 관심을 끈다.

그는 77세에 직장암 3기로 쓰러져 수술을 하고나서 죽기 전에 소설이나 한편 남겨 놓고 싶다는 소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는 암의 생존율이 낮은 때로 후유증의 고통을 견디면서 처음으로 소설을 써서 출판하게 된 것.

산고의 고통끝에 나온 '현해탄'이라는 장편소설과 그리고 수술 후유증을 극복한 과정을 ‘삶의질’이란 수필로 써서 에세이문학에 등단한 이춘원 작가는 이어 '리 따이한의 두 나상'과 '앵무새의 바보소리'란 단편소설을 써서 문학사계의 신인문학상에 당선돼 소설가의 길을 걷는다.
그는 소설에 눈이 트이자 여명에 쫓기며 무작정 썼던  '현해탄'이 불만스러워 구성을 바꾸고 개작해 '이즈반도에서 만나 미치코'란 제목의 역작을 다시 발표했다.

그는 여전히 수술 후유증으로 외출이 어려운 몸이 되었지만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가는 집념을 보이며 나이 89세에 소설집 출판이란 결실을 본 것이다.

소설집에는 '리 따이한의 두 나상, '애처가', '앵무새의 바보소리', '형수', '잃어버린 실버스타', '식칼', '이데올로기의 유산', '하얀 민들레 꽃', '장미꽃 80송이'등 그가 열정을 쏟은 9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책의 제목을 꽃이름인 '하얀 민들레꽃' 과  특히 부인인 이지언 명장이 화훼의 소비촉진에 도움이 되는 단편을 써 달라고 부탁했다는 '장미꽃 80송이'는 어려움을 겪고있는 화훼업계에 좋은 반응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의 작가의 말에서 그가 추구하는 이념을 엿볼 수가 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난 우리 세대는 조국 해방의 기쁨을 누리기도 전에 처참한 여순사건을 겪었다. 연이어 6·25 전쟁, 4·19 혁명, 5·16 군사정변, 12·12 사태와 5·18 민주화운동의 비극을 당했다. 허정 과도정부까지 6공화국 13명의 대통령이 바뀌고 가난, 공산주의, 서구문화와 디지털시대에 이르기까지 굴곡진 현대사를 체험했다.

살아있는 사람이 경험할 수 없는 죽음은 그 실체를 함부로 묘사할 수 없듯, 아무리 현대의 과학적이고 젊은 두뇌의 창작이라 할지라도 몸소 체험하지 못한 글은 상상일 뿐, 어찌 파란만장한 시대를 살아온 팔십 연륜이 깨달은 인간의 존재나 삶의 의미보다 진리일 수 있으랴. 그렇다면 인생의 종말에 마침표를 찍으려는 글이야 말로 문학의 진수가 아니겠는가?

나는 암에 걸려 경황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황혼의 저승길을 바라보며 이글거리는 태양이 파란 풀잎에 내려 쪼이던 청춘을 노래하고 싶었다. 항상 사유하고 천착(穿鑿)하던 ‘우리는 무엇이고 왜 살며 어떻게 살 것인가?’를 구명(究明)하면서 인간의 참되고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보고자 장편소설 ‘이즈반도에서 만난 미치코’를 썼다.

그 사이 암이 사라졌다. 문학의 힘이라고 믿고 있다. 인간의 삶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소설의 본질과 주제에 충실하면서 ‘문학사계’와 ‘현대소설’에 그럭저럭 아홉 편의 중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수를 맞이하면서 조급해지는 마음을 어찌 달래랴. 작품을 소설집으로 한데 엮었다. 이 책이 각박해만 가는 사회의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는 단비고 훈훈한 봄바람이었으면 좋겠다.

시인이며 소설가, 평론가인 황송문 선문대학교 명예교수가는 '사랑과 생명의 미학'이란 제목으로 작품해설을 했다.

이춘원 작가의 소설은 아름답다. 그 근원을 찾아가면 ‘사랑과 생명’에 이른다. 사랑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고 생명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기 마련이다. 이 작품에는 어떤 사랑이 있기에 아름다운 표현으로 나타나는 가. 그것은 받는 사랑이 아니라 주는 사랑이기에 가능하다. 끌어들이는 인력 위주의 사랑은 순간의 쾌락에 그치지만 원력 위주의 사랑은 영속적 존재근거가 되므로 보다 영속한 아름다움이라는 가치가 주어진다.

이게 모든 사물의 존재근거가 되는 수수원리(授受原理)다 종교에서는 신을 영원한 자존유(自存有)라고 한다. 스스로 존재하기 위한 수수작용을 위해서는 성서의 남녀나 주역의 음양도 이 이성(二性)의 작용을 핵심으로 말하고 있다. 따라서 소설에서도 사랑과 생명을 떠나서 중심주제를 설정할 수 없다.

책은 사랑의 원본을 닮아있다. 언어는 아름다운 무늬를 수놓은 자연스러운 직조(織造)를 보인다. 소설의 반전과 클라이맥스 역시 이정미학이 두드러진다. 그것은 천정(天情)을 닮은 인정미학(人情美學)이기 때문이다. 소설 풍향은 굴광성 식물처럼 보편적 지리를 향해있다. 이 책의 제호로 쓰이는 ‘하얀 민들레꽃’은 감성과 지성을 균형 있게 조화시킨 작품으로서 지·정·의(知·情·意)를 고루 갖춘 가작의 진경을 보여주고 있다고 총평하고 작품마다 요약 촌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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