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 쌀 초과 생산량 정부매입을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달 23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지난달 29일 정부와 여당이 우리 쌀 산업의 발전을 위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고, 야당은 “(거부권 행사 건의)는 “국가 식량안보 포기 선언”이라고 비난하는 등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국회에서 통과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시장격리 요건을 초과생산량 3~5% 범위에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이거나, 평년가격 대비 5~8%의 범위에서 역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 하락한 경우 시장격리를 의무화한 것이 골자다. 당초 민주당의 법안은 '초과 생산량 3% 이상, 쌀값이 전년보다 5% 이상 하락할 경우 쌀 격리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었으나, 국회의장의 조정안을 수용해 수정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시장에 내맡긴 정부의 사후적·소극적 시장격리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국민의힘은 쌀 공급과잉 고착화와 막대한 재정 투입 등의 이유로 강력 반대하고 있다.

어떻든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5% 이상 생산량이 초과되거나 8% 이상 가격이 하락할 때만 초과생산량의 시장격리를 의무화하게 된다. 또 벼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증가할 경우 시장격리 여부에 대해 정부의 재량권을 부여하고, 벼 재배면적이 증가한 지자체는 정부 매입물량 감축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정부에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쌀 과잉생산이 되더라도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시장격리를 하지 않을 수도 있게 되는 법안이 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당초 민주당 법안에 찬성했던 농민단체도 반대로 돌아섰다. 결국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전 농업계가 반대하는 셈이 됐다. 일각에서는 1%의 과잉생산에도 휘청거리는 농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고, 쌀값 안정화라는 본질은 사라진 채 정치권이 쌀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았다.

농민단체들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이번에 수정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시행으로 쌀값 안정과 쌀농가 소득보장이라는 당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쌀값은 지난해 기록적인 하락폭을 기록해 쌀 생산농가는 큰 어려움을 겪었으며, 산지농협은 지금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정부도 1조원 가량을 투입해 사상 최대의 물량을 시장격리했으나, 가격은 지금도 평년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등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양곡관리법 시행령에 명시된 시장격리 요건이 충족됐음에도 제때 시장격리를 하지 않았던 탓이다.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초과 생산 쌀 시장격리에 대해 정부에 재량권을 부여함으로써 지난해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이번 개정안에는 논에 타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에 대한 재정적 지원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이 있어 일부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최초 제안된 시장격리 조건에서 완화돼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 또한 정쟁의 중심에 있어 시행여부도 불투명하다. 따라서 그대로 시행할 것이 아니라 재검토돼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정치권은 쌀 관련 농민단체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쌀 생산농민들이 안심하고 쌀 농사를 짓도록 하는 농가소득 안정 정책이 핵심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식량 관련 예산이 대폭 확충돼야 할 것이고, 전략작물직불제 사업의 확대와 함께 연간 40만 9000톤에 달하는 저율관세할당(TRQ) 수입쌀 처리대책도 필요하다. 쌀 생산량을 조정해 쌀 가격을 정상화하고, 콩 등 타작물의 식량자급률을 제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논타작물재배지원사업 확대는 당연히 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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