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무회의를 통해 지난달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된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과 농민의 뜻을 무시한 것”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이날 재의 요구된 법안의 골자는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매입 기준과 관련해 당초안은 초과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평년 대비 산지쌀값이 5% 이상 하락하는 경우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수정안은 초과생산량이 3~5% 범위에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이거나 산지쌀값이 5~8% 범위에서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 하락하는 경우로 완화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목표에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고 비판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요구서는 이날 오후 곧바로 국회에 제출됐다.

민주당은 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쌀값 정상화법(양곡관리법)’ 대통령 거부권 행사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쌀값 정상화법’은 정부가 적극적인 쌀 생산 조정을 통해 남는 쌀이 없게 하려는 ‘남는 쌀 방지법’이며, 쌀값이 폭락할 경우를 대비해 농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법안이었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국민과 농민의 뜻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4월 국회 첫 본회의가 열릴 13일,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투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투표를 하더라도 과반수 출석에 2/3 이상(200석)의 찬성이 있어야 재의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 민주당 의석 169석만으로는 재의결이 어렵다. 따라서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사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최초 제안된 시장격리 조건에서 완화돼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을 뿐만 아니라, 이 또한 정쟁의 중심에 있어 시행 여부도 불투명했다. 때문에 농민단체들은 개정안을 재검토해 쌀산업 발전을 위한 실질적 대안을 국회와 정부가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렇지 않아도 농민들은 특히 쌀 재배 농가들은 비료 등 생산비가 크게 오른 데다 쌀값마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2년산 논벼(쌀) 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10a당 벼 생산비는 85만4천원으로 전년대비 8% 가까이 올랐고, 총수입에서 생산비를 뺀 10a당 논벼 순수익은 31만7천원으로 36.8%나 감소했다. 비료 구입비와 노동임금 인상 등 직접생산비 상승 탓이다. 양곡관리법이 정쟁에 갇힌 사이 농민들의 어려움을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양곡관리법은 쌀 재배농가들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이 포함되도록 재개정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농민단체들과 머리를 맞대 쌀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고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쌀은 전체 농업생산액 중 16.9%, 전체 농가 중 51.6%를 차지하는 우리 농업의 핵심 품목이며, 그래서 쌀값은 농민값이다. 쌀 소비가 줄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리 국민의 주식이다. 쌀만큼은 결코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시장논리에 방치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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