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정재엽 연구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정재엽 연구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정재엽 연구사

올해는 국토녹화가 추진된 지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해진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1973년부터 시작된 국토녹화 사업은 범국민운동으로 발전하였고, 모두의 노력으로 현재 우리는 푸른 산림과 더불어 숲에서 많은 것을 누리며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산림의 면적이 줄어듦과 동시에 지구온난화 가속화로 탄소배출에 대한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20년 만료된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고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합의 체제인 파리기후변화 협정에 참여하여 푸르른 지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올해 4월 10일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년)’을 수립하고, 2030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 방향을 정했다.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산림 부문에서 가장 강조되는 내용은 산림 순환경영·보전으로 탄소 흡수 능력 증진 및 국산목재 이용 활성화를 통한 탄소저장량 확대이다. 이는 숲 가꾸기 확대(2021년 21만ha->2030년 30만ha), 임도 증설 등의 산림경영을 확대하여 건강한 산림을 조성하고, 산림복원, 미이용 부산물 이용 등 신규 탄소 흡수원 및 저장량 확충을 뜻한다.

대나무는 새로운 탄소 흡수원이자 거대한 탄소 저장원의 역할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대나무숲은 2022년 산림임업통계연보 기준 약 2만 162ha가 분포되어 있으며, 온실가스 흡수량은 연간 67만 5,427톤(NDC 흡수원 부분 25.5백만 중 2.6%)이다. 그러나 2015년 기준 경남과 전남지역을 중심으로 약 69%가 집중되어 분포하고 있던 대나무 숲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중부지방까지 자생지가 확대되고 있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나무숲의 분포지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며, 탄소 저장원의 확대로 이어진다.

대나무는 다른 나무랑 비교해보았을 때 탄소 흡수능력도 뛰어나다. 1ha당 연간 33.5톤의 탄소를 흡수하는데, 50년생 소나무(5.8톤), 15년생 소나무(10.5톤), 15년생 백합나무(14톤)에 비해 2.5~6배 높은 흡수량을 자랑한다. 또한,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 대나무 1ha당 연간 바이오매스 생산량은 주요 수종인 소나무(4.19톤), 잣나무(3.94톤), 신길나무(5.45톤)에 비해 3~4배 높은 16톤으로 나타났다.

2010년 기준 연간 40만 톤 이상의 대나무 바이오매스가 생산되는 것인데, 이 중 약 50%를 건축자재 및 죽제품으로 사용하면 연간 약 20만 톤(NDC전환부분 1.5백만 톤 중 13.3%)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사실 대나무는 땅속줄기, 대뿌리, 대순, 대순껍질, 대줄기, 대가지, 댓잎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버릴 것이 없다. 대나무는 그 자체로 아름다워 조경용 소재, 인테리어, 각종 집기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추출하여 얻어지는 각종 성분으로부터 화장품 및 약용 소재와 죽염, 대통 밥, 죽순, 수액, 섬유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앞으로 더 다양한 곳에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림 총면적의 3%를 차지하는 수종임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후반부터 플라스틱에 밀려 쇠퇴하다 1990년대 중반 수출입 활성으로 인한 가격경쟁력에 밀려 우리나라 대나무숲은 방치되었다. 방치된 대나무 숲은 누렇게 변하여 흉물처럼 변했고, 농가나 묘지, 주택 등으로 번식하여 금전적 손해를 입히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대나무숲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바꾸어 보면 어떨까? 당장 대나무숲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닌 우리 미래 아이들을 위한 지구를 위한 숲을 가꾼다는 생각으로 숲을 가꾸어 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50년 전 헐벗었던 우리 국토가 푸르게 변한 것처럼 대나무숲도 다시 한번 푸르게 푸르게 변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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