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              고응규 연구관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              고응규 연구관

크낙새, 양쯔강돌고래, 보석달팽이, 서부 검은코뿔소. 모두 21세기에 멸종된 동물들이다. 멸종된 동물을 다시 복원할 수는 없을까?

안타깝게도 미래에 사용할 유전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한번 멸종된 동물을 다시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가축 전염성 질병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우수한 종축을 어떻게 보존하여 후대에 안전하게 전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399년에 발간된 조선시대 수의학서인 「신편집성마의방우의방(新編集成馬醫方牛醫方)」의 기록을 보면 과거 우리나라에는 칡소, 흑우, 백우, 청우, 황우 등 다양한 털색을 가진 한우가 존재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털색 개량의 방향을 황색으로 고정하게 됐으며, 황색 한우를 제외한 백우, 칡소, 흑우, 제주흑우 등 한우는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게 됐다. 그중에서 백우는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다행스럽게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에서는 지난 2009년 전북 정읍과 대전에서 백우 암소 2마리와 수소 1마리를 수집할 수 있었고, 백우 유전자원으로 복원과 보존을 시작했다.

백우는 흰색 계통인 외래 품종 ‘샤롤레’와는 전혀 다른 우리 고유의 한우이며,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가축다양성정보시스템(DAD-IS)에 우리나라 품종으로 등록되어 있다. 황색 한우와는 같은 계통이지만, 백색증(알비노)으로 색소가 없어 털색이 흰색이다.

즉, 한우 털색 유전인자가 결핍된 열성 유전자를 가진 계통인 셈이다. 홍채에 나타나는 색소도 없어 어린 송아지 때 시력이 약하지만 털색으로 친자관계를 뚜렷하게 알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멸종위기종인 백우를 복원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유전학적 기술이 적용됐다. 우선 백우 열성인자를 가진 한우를 확보하기 위해 털색 결정 유전자의 변이를 유전학적으로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유전자 분석으로 백색의 알비노 개체뿐만 아니라 외형적으로는 일반 황색 한우이지만 해당 유전자 변이를 가지고 있는 보인자까지 정확하게 판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다.

백우 유전자 분석기술로 농가에서 수집한 개체의 혈연관계를 분석했으며 백우 가계를 선발하였다. 백우 집단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송아지를 낳을 수 있는 암컷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에 암컷으로 성판별된 정자를 동결보존하여 확보한 후 인공수정을 실시해 암컷 송아지를 생산하였다.

더불어 우수한 유전자 집단을 확보할 수 있는 생식공학 기술인 난자 생체채취기술(Ovum Pick-up, OPU)로 확보한 난자를 체외 수정하여 다량의 수정란을 생산하는 연구를 수행해 왔다. 다배란을 유도하는 호르몬 처리 방법을 통한 체내수정란 생산 방법도 함께 추진했다. 이처럼 다양한 유전학적 기술과 번식 기술을 적용한 결과 3마리였던 백우는 현재 22마리 정도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

지금도 개체수가 많은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개체수가 극히 적어 고도로 근친화된 소규모 집단인 백우의 근친 제어 및 교배 체계 구축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소규모 집단의 보존을 위한 연구에 길잡이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백우의 복원 과정은 앞으로도 한우의 생명공학, 털색 연구 등 다양한 연구에 활용돼 동물생명공학 연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한우의 한 갈래로 어렵게 명맥을 유지해 온 백우. 백우가 소중한 생명자원으로 널리 알려지고, 후손들에게 무사히 물려줄 수 있길 바란다.

백한우 △자료사진=농촌진흥청 가축유전자원시험장
백한우 △자료사진=농촌진흥청 가축유전자원시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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