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8일, “정부는 농업인과 약속한 바와 같이 2023년산 쌀값을 80kg 기준 20만원 수준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정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농정 성과 및 향후계획'을 발표하면서 새 정부 출범 후 가루쌀, 전략작물직불제 등 창의적·혁신적 정책 전환을 통해 식량주권 확보, 쌀 및 농축산물 수급 안정 등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난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을 제시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 장관은 구체적으로 쌀 재배면적을 수요에 맞는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 올해산 수확기 쌀값은 20만원 수준에서 안정화하고 2027년까지 쌀 수급균형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올해 밥쌀 재배면적 1만 6000ha 감축 등 사전 수급 조절 강화와 함께, 작황 등을 살펴 수확기에 공급과잉 예상 시 과감한 시장격리를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단 현장 농업인들은 현재 80kg 기준 17만원대에 그치는 쌀값을 올해 수확기에 20만원으로 올려 제시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시장격리 등 대책을 발표한데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2019년산 쌀의 목표가격이 21만 4000원이었고 그동안의 생산비 인상 등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사실상의 쌀값 목표가격을 제시했고, 전략작물직불제 등을 통한 쌀 수급 안정 의지를 표명한 것은 환영받을 만 하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전략작물직불제는 국민의 쌀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적 쌀 공급과잉 해소를 위한 사전적 수급안정 대책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하고 있다.

문제는 단경기인 현재의 쌀값이 약보합세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5일 20kg 정곡 기준 산지 쌀값(비추정 평균)은 4만 4326원으로 80kg 기준 17만 7304원으로 열흥 전보다 0.2% 하락했다. 이 가격은 지난해 동기 및 평년동기보다 보다 2.8~5% 정도 낮은 수준이다. 특히 현재의 쌀 가격은 지난해 수확기(10~12월) 평균가격 4만 5455원보다 2.5% 가까이 낮다. 물량이 적어 가격이 올라야 하는 단경기임에도 쌀값이 떨어지는 역계절진폭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현장에서는 단경기 쌀값 안정대책이 시급하다고 입으로 모으고 있다. 특히 농협RPC는 1인당 쌀 소비량의 지속적인 감소와 작황에 따른 수급 불안정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상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농협미곡종합처리장 전국협의회 조합장들은 앞서 지난달 25일 농협중앙회에서 2023년 정기총회를 열고 쌀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문을 채택했다. 이들 조합장들은 건의문에서 현재의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 시장격리 계획물량 중 남은 물량 5만톤을 조속히 시장에서 격리하고, ‘전략작물직불제’ 예산을 대폭 늘려 쌀 적정생산제도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

농협RPC가 국내 쌀 공급과잉 구조 고착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을 위해 생산한 벼의 출하 희망물량 전량을 매입해 농가소득 증대와 쌀 수급 및 가격 안정에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요구는 당연히 수용돼야 한다. 단경기 쌀값 하락은 올해 수확기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당연히 정부가 약속한 올해 수확기 80kg 기준 20만원 수준 유지를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시장격리 방안과 관련 예산 확보 등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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