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농업연구관 이우문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농업연구관 이우문

농업연구는 식량안보, 지속 가능한 농업, 작물 수확량 개선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인 분야이다.

최근 떠오른 표현체 연구(Phenome research)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농업 연구를 위한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표현체 연구란 무엇일까? 21세기 초에 등장한 표현체 연구는 작물의 물리적, 생화학적 특성, 특히 유전적 구성과 환경에 관련된 학문이다.

과거 작물 연구자들은 다양한 품종의 성능을 평가하기 위해 관찰, 수동 측정과 같이 오랜 시간이 걸리고 노동 집약적인 방법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이미징 센서, 분광법과 같은 표현형 분석 기술의 개발로 연구자들은 이제 작물의 특성을 분석할 때 대량의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표현체 연구가 농업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는 이유는 다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작물 수확량과 품질을 결정하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간의 복잡한 상호 작용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정 작물에 대해 온도, 습도, 광, 영양소 가용성과 같은 최적의 재배 조건을 식별할 수 있고, 그런 정보를 사용하여 더욱더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작물 생산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둘째, 병해충 저항성, 가뭄 저항성, 품질, 기능성, 높은 수확 잠재력 등과 관련된 유전적 특성을 식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특성을 확인함으로써 육종가는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자랄 수 있는 우수 품종을 개발할 수 있다.

셋째, 표현체 연구는 다양한 작물에 대한 최적의 저장 조건 관련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부패를 방지하고 폐기물을 줄이는 수확 후 관리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도 사용할 수 있다.

표현체 연구의 등장 이후 해외 연구기관들은 이 분야의 고도화에 주력해 왔다. 미국에서는 표현체학 연구 활동을 조정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식물 표현체 연구 네트워크가 설립되었으며, 유럽에서는 유럽 식물 표현형 네트워크를 설립하여 해당 지역 연구자 간의 협력을 촉진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중국, 일본, 호주,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가 지속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표현체 연구 시설, 기초연구 기관, 산업체 등을 중심으로 표현체 정보의 디지털 기술 개발과 표준화, 현장 적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표현체 연구는 새로운 농업기술 개발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표현형 특성을 보다 정확하고 포괄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표현형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초분광 이미지, 3D 이미지와 같은 새로운 이미징 기술은 잎 면적, 엽록소 함량, 바이오매스 같은 작물 특성을 보다 상세하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표현체 연구가 직면한 과제도 있다. 처리량이 많은 표현형과 유전형 분석 기술에 의해 생성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 생성이 그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기계학습,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데이터를 선별하고 가장 관련성이 높은 정보를 식별하며, 현상을 분석하는 자동화 도구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표현체 연구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 조건에 적응하고 더 높은 수확량을 가지며 질병에 탄력적인 새로운 작물 연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작물 생리학, 유전학, 컴퓨터 과학과 같은 다양한 과학 분야와 협업하고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우리의 표현체 연구가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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