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 구제역이 4년여만에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지난 11일 청주 청원군 북이면 소재 한우 농가 3곳에서 발생한 구제역은 인근 증평까지 뚫려 발생 농가가 17일 현재까지 10곳으로 늘었으며, 염소에서도 처음 구제역이 확인됐다. 방역 당국은 긴급행동지침(SOP) 등에 따라 이들 농장에서 사육하던 한우와 염소 등 1천 500여 마리 가까이를 매몰 처분했다.

구제역은 소, 돼지,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우제류 가축에서 생기며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침을 심하게 흘리고 입 주변과 발굽 사이에 물집이 생겨 폐사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1종 가축 전염병으로 사람에게는 감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제역 발생으로 인한 국가 경제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 2010~2011년 구제역 발생 때에는 전국의 소·돼지·염소 등의 살처분 보상금 등의 비용으로 2조 7383억 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여기에 사료와 가공, 외식 등 관련 산업까지 피해를 고려하면 그 규모는 더 늘어난다.

일단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방역 당국은 올해 구제역 바이러스는 해외에서 유입됐으며, 국내의 구제역 백신으로 방어가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 다행히 국내 구제역 백신 항체 양성률이 2022년 기준 소(牛) 축종의 경우 98.2%로 높게 유지되고 있어 전국 확산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바이러스 잠복기(최대 2주), 추가 접종에 따른 항체 형성 소요 기간(2주) 등을 고려할 때 산발적인 추가 발생 가능성도 있다.

방역 당국은 이에 따라 우제류 가축의 충분한 항체 형성을 위해 지난 20일까지 전국 우제류 농가에 구제역 긴급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또 발생 시군인 충북 청주·증평과 인근 7개 시군의 소 축종에 대해서는 위험지역의 긴급 백신 접종 완료 및 항체 형성 기간을 고려해 16일부터 30일까지 2주간 이동을 제한하고 가축시장을 폐쇄한다. 아울러 구제역 수평전파 차단을 위해 발생농장 및 인접 시군 농장 및 주변 도로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소독자원을 총동원, 집중적으로 소독하고 있으며, 검사 및 예찰과 함께 국경검역도 강화하고 있다.

이번 구제역 발생으로 특히 정부가 추진하던 구제역 청정국 지위 회복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정부는 그동안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자 지난해 9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에 구제역 백신 접종 청정국 지위를 회복하기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달 말 세계동물보건기구 총회에서 최종 결정을 앞둔 상황이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한우 수출도 차질을 빚게 됐다. 여기에 그동안 과잉 공급으로 솟값이 하락하는 시기여서 한우 농가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고강도의 구제역 확산 차단방역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 잠복기와 추가 접종에 따른 항체 형성 소요 기간 등을 생각할 때 이달 말까지가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농식품부를 비롯한 지자체, 농협 등이 구제역 확산 방지에 총력 대응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방역 최일선인 농가 단위에서의 소독이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하다. 모든 우제류 사육 농가는 물론 백신 접종 완료 농가도 방역·소독 시설을 정비하고, 농장·축사 소독, 장화 갈아신기 등 기본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사람과 차량 및 가축 등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아울러 이번 구제역이 소비자의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한 우제류 농가의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참작하면, 국민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구제역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닐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소고기는 도축장에서 철저한 검사를 거쳐 안전한 고기만 시중에 공급된다고 한다. 막연한 두려움으로 소고기 등의 소비를 줄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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