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종자원 강원지원 검사팀장 이경열
국립종자원 강원지원 검사팀장 이경열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사과 주산지가 강원도로 북상했다.

강원도 내 일부 지자체는 일찌감치 기후변화대응 특화작목으로 사과를 선정했다. 동시에 사과 재배 관련 농업행정 노하우가 쌓인 인근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사과 재배 행정역량을 공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산지 유통 시설과 묘목 생산 포장, 선진농가 방문, 농가 간 선진기술 이전 등이 그것이다.

민·관의 다각적인 노력으로 사과 재배 역량이 축적되고 있는 요즘, 강원도 사과 재배 농가의 큰 고민은 바로 과수화상병이다. 지난해 6월 평창에서 최초 발생 이후 7월 원주와 홍천까지 발병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강원도 역시 과수화상병의 청정지대가 아니라 발생지역 중 하나가 되었다는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과수화상병은 온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초여름처럼 지속적인 강우와 높은 온도에서는 균이 활발하게 증식한다. 또한, 세균에 의해 감염되면 잎이나 줄기, 꽃, 열매가 거무스름하게 불에 화상을 입은 듯한 증세를 보이다가 고사한다.

문제는 과수원에서 이 병에 걸린 과수나무가 관찰되면, 이미 곤충에 의한 화분 매개로 주변의 과수원까지 전염이 확산해 산불이 나듯이 걷잡을 수 없다는 데 있다. 게다가 과수화상병은 아직 치료나 예방 약제가 없는 매우 까다로운 악성 과수 전염병이다.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과수화상병의 적극적인 예방법은 없을까? 이 부분에서 필자는 과수화상병 예찰을 다니면서 효용성 있는 다섯 가지 예방수칙을 소개해 보겠다.

먼저, 과수원 출입 관리 통한 전염 요인 차단이 필요하다. 과수농가 스스로 과수원 출입용 신발과 작업복, 그리고 외부 활동용 신발과 의복 등을 구별하여 사용하는 것이다. 또한 주변 지인, 마을 사람들의 과수원 방문을 자제시켜야 한다.

다음으로 농자재 소독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전지가위와 톱 등 직접적으로 과수나무에 닿는 제품은 철저한 소독이 선행되어야 한다. 소독 방법은 70% 알코올이나 0.2% 차아염소산나트륨이 함유된 락스 등을 20배 희석하여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과수나무 자체의 면역력 향상 및 곤충 유입 요인을 최대한 차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수원의 습도가 높아지지 않도록 배수로 관리 및 관수 등 꾸준한 환경관리를 해야 한다. 또한 잔가지 및 낙엽 등의 잔재물 제거를 통하여 곤충이 꼬이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밖에 영농일지 작성을 권한다. 예를 들면 농작업 시 작업일시, 과수원 출입 기록, 작업내용, 농자재 소독 여부 등을 꼼꼼히 기록한다. 이는 체계적인 농업경영관리 및 과수화상병 예방을 위하여 직접 기록을 남겨 두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과수원이 밀집 지역에서는 수시로 주변 농가와 소통하여 주변 과수원의 이상 여부를 예찰 한다.

우리나라에서 과수화상병에 걸린 과수원은 주변 과수원 전염 우려가 크기 때문에 반경 100m까지 폐기한다. 이렇게 되면 과수원은 폐원하게 되고 이는 농업경영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과수화상병은 발생하면 절대로 안 되는 과수 전염병이다.

과수화상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열거한 예방법의 직접적인 실천과 관심만이 유일한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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