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특용자원연구과 박윤미 연구사

산채는 산야에 자생하는 식물 중 봄철에 어린 잎줄기나 순, 뿌리를 나물 반찬으로 이용하는 기호성이 좋은 식용 식물을 일컫는다.

현재 한반도 자생식물 4,200여 종 중 약 480종이 식용할 수 있으며 그중 40여 종의 식물이 재배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의 일부 지역에서도 산채(산나물)를 먹지만 다양한 종류와 형태로 일상적으로 즐기는 문화는 한국이 유일하다.

특히 산채는 1980년대 이후 국내에서 웰빙 건강식 소재로 주목받아 왔으며, 최근에는 K-FOOD의 상징적인 식재료로 인정받고 있다.

산채는 먹는 부위에 따라 크게 4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두릅이나 눈개승마, 고사리처럼 덜 핀 어린 순을 먹는 순채류와 곰취, 참취, 고려엉겅퀴(곤드레)와 같이 활짝 핀 여린 잎을 이용한 엽채류가 있다. 또한 달래와 고들빼기, 씀바귀 등과 같이 잎과 뿌리를 함께 먹는 엽근채류와 도라지, 더덕 등과 같이 뿌리를 먹는 근채류가 있다. 소비자가 보기에 산채는 농지나 시설에서 집약 재배되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품목과 재배가 쉽지 않아 쉽게 구할 수 없는 품목으로 구분될 수 있다.

다양한 산채류 중 병풍쌈은 5월 중순으로 접어드는 지금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병풍쌈(Parasenecio firmus Kom.)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잎의 지름이 30cm 이상 자라 식용 식물 중 가장 크다. 넓게 펼쳐진 잎이 병풍을 닮아서 병풍, 병풍취, 큰병풍으로 불리기도 하며, 모양이 비슷한 범의귀과의 개병풍은 병풍쌈과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병풍쌈의 자생지는 습기가 많고 서늘한 깊은 산의 계곡부로, 현재는 무분별한 채취로 병풍쌈 군락지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병풍쌈은 4월에 생산되는 두릅, 산마늘보다 생산 시기가 다소 늦은 5월 초·중순쯤에 채취해 먹는데, 부드러운 식감과 특유의 향이 있어 쌈이나 샐러드 등 생으로 먹기에 아주 좋다. 병풍쌈의 큰 잎은 곰취처럼 한 번에 싸 먹기 힘들어 함께 먹는 사람과 사이좋게 나누어 먹는 재미가 있다. 만약 잎과 줄기를 생으로 먹고도 남는다면 살짝 데쳐서 무침, 볶음, 튀김 요리 등으로 활용하거나 질겨지면 장아찌로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특히 병풍쌈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추천해 주고 싶은 산채이다. 병풍쌈의 잎 추출물의 미백효과가 입증됐고 식이섬유 함량이 많아 변비에도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병풍쌈의 잎 추출물은 멜라닌 생합성을 억제하는 효과로 특허가 출원돼 피부 미백을 위한 기능성 화장품, 피부 색소 침착 질환을 예방 또는 개선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원료로서 유망하다. 또한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병풍쌈 잎의 생체 중량 중 식이섬유 함량은 37.4%로 같은 국화과 산나물인 곰취(31.3%), 참취(35.1%), 수리취(34.1%)에 비해 높았다.

이처럼 맛도 좋고 미용 효과도 탁월한 병풍쌈이지만, 일반 농지나 시설에서 자생지 환경과 유사하게 대기 온도 및 토양 수분 함량 등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부 재배자들이 병풍쌈의 대량생산을 위해 비닐하우스 재배를 시도하였으나, 여름철 고온을 버티지 못하거나 공중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없어 해를 거듭할수록 수량이 떨어져 재배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 병풍쌈 재배는 산지에서 주로 이루어지며, 모종과 산물의 가격도 꽤 높은 편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산지 재배를 통해 고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품목을 발굴하고 관련 재배 기술을 현장에 보급할 수 있는 실증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병풍쌈을 산지 재배형 명품 산채로 만들기 위해, 선진 임가와 협업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재배법을 개발하고 이용 활성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저작권자 © 전업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