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농업연구사 안정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농업연구사 안정준

식물과 곤충의 상호작용은 대략 4억 년이라는 오랜 역사가 있다.

곤충의 해를 받은 식물은 곤충이 접근하는 것을 피하고자 방어 작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왔고 곤충은 이러한 식물의 방어 작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진딧물은 식물의 체관부를 흡즙하는 노린재목 곤충으로 직접적으로 식물체에 해를 가할 뿐 아니라, 간접적으로 식물바이러스병을 매개함으로써 농작물 생산에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다.

진딧물은 복잡하고 다양한 식물이 혼재하고 있는 환경에서 기주식물(양분을 빼앗기는 식물)을 발견하기 위해 먼 거리에서 시각을 이용한다. 그다음 기주식물에서 나오는 휘발성물질은 근거리에서 진딧물의 감각기, 특히 더듬이를 자극하여 기주식물임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신호 물질로 활용된다.

이러한 신호 물질은 기주와 비기주 식물을 인식하는데 중요할 뿐 아니라 진딧물의 비행 행동을 유발하기도 한다. 잠두콩에서 확인된 15가지 휘발성물질은 잠두진딧물을 유인하는 데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딧물이 가지고 있는 화학감각 단백질, 후각과 미각수용기는 식물에서 나오는 휘발성물질을 인식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찾아낸 기주식물의 체액을 진딧물들이 흡즙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하고 있다. 진딧물이 식물의 표면에 도착한 후에 구침을 이용하여 체액을 흡입하려고 할 때 식물은 여러 가지 방어기작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식물체 표면에 섬모(trichome)와 겉껍질왁스(epicuticular wax)는 물리적으로 진딧물구침이 식물체 내로 들어오는 것을 방어하는데 특히 감자, 면화, 토마토 등에서 이러한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진딧물의 구침이 관다발조직을 이동하며 체액을 찾아내는 데는 식물조직 내 당 농도와 수소이온농도지수가 신호 물질 역할을 한다.

식물체 내의 질소 성분도 기주식물 선택에 중요한 신호 물질로 작용을 하는 데 복숭아혹진딧물의 경우 오래된 배춧잎보다 많은 아미노산과 당을 보유하고 있는 어린 배춧잎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물체가 보여주는 다른 방어기작에는 면역시스템의 가동, 식물호르몬 분비, 저항성유전자 보유, 독성이차대사물질 분비 등이 있다. 식물호르몬에는 살리실산과 재스몬산이 있는데 이 호르몬의 식물체 내 누적은 방어 유전자 발현, 이차대사물질 생성, 세포사망, 체계적인 저항성 유도 등과 관련되어 있다.

식물체가 보여주는 여러 가지 방어기작을 극복하기 위해 진딧물은 체액을 흡즙하는 동안 식물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단백질과 비암호화 알엔에이(RNA)를 식물체 내에 분비한다. 진딧물들은 새로운 기주식물에 적응하기 위해 개체군 유전적변이와 환경에 대한 후성유전학적 적응을 증진하고 있다. 식물과 진딧물은 다음 세대의 생존을 위해 지속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는 식물과 해충 연구를 위한 귀한 자료가 된다.

농촌진흥청은 현재 국내 해충 생활사의 변화와 침입 가능성이 있는 외래해충의 확산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한 자료 수집과 모델 개발에 힘쓰고 있다. 주요 연구기관에서는 기상, 식물, 국내 해충의 분산 가능지역에 대한 예측 모델, 피해 가능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의 전문성을 높이고 전문 연구 인력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식물과 해충의 상호전략 움직임이 현장에 필요한 자료로 만들어질 수 있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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