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 민예진 농업연구사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 민예진 농업연구사

포유류의 번식과정에서 임신은 가장 중요한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특히 새끼를 많이 낳는 특징을 지닌 돼지의 경우, 상대적으로 짧은 임신기간(약 114일)과 많은 새끼수를 고려하면 임신을 빨리 확인하는 것이 농가에 유리하다.

실제로 양돈농가에서 임신 진단을 빨리하게 되면 임신을 하지 않는 기간인 공태일수를 최소화하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번식돈에서 비생산 일수(Non-reproductivity sow days; 즉, 공태 기간)는 후보 모돈의 선발, 입식 후 최초 인공수정까지의 기간, 발정재귀 및 인공수정 후 비 임신 기간 등이 포함된 일수이다. 이러한 공태 원인은 농가 생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양돈 사업자는 필수적으로 이 지표를 관리해야 한다.

비생산 일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조기 임신진단이 강조되고 있다. 인공수정 후 일찍 임신을 확인할수록 공태 기간으로 인한 사료 손실을 줄일 수 있고, 임신돈 관리에 따른 비용 절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러나 한돈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 모돈 회전율(분만복수*12개월/상시모돈수)은 2.13으로 선진국인 유럽연합 2.29, 미국 2.40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국내 양돈 현장에서는 일차적으로 인공수정 후 재발정 징후를 기준으로 임신 여부를 판단하고, 이차적으로 초음파 진단을 통해 자궁 내의 태낭 또는 태아를 확인하여 임신 여부를 확인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등의 감염성 질병으로 인해 임신 초음파 진단 전문가의 현장 출입에 대한 방역상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비전문가가 초음파로 임신 여부를 확인수도 있으나 확인 가능한 기간은 전문가보다 늦어 공태 기간을 줄이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할 때, 조기에 임신진단을 위한 보다 간편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돼지의 조기 임신진단 기술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최근 2가지 기술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

첫 번째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임신 진단용 초음파 영상분석 기술이다. 임신한 모돈의 초음파 영상을 수집하고, 인공지능 모델의 알고리즘을 보완해 임신 여부를 자동 판별할 수 있도록 했다. 본 기술을 적용하면 인공수정 후 21일 이전에 임신 진단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비전문가도 쉽게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에는 고해상도 영상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 모델이 개발됐으며, 저해상도 영상 데이터 수집과 모델 개발도 추가로 진행하여 더 많은 농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두 번째는 조기 임신진단 마커를 활용하는 기술이다. 최근 돼지 조기 임신 발현 마커의 발굴과 단크론 항체 제작에 성공하여 현장용 임신 진단 키트 제작을 눈앞에 두고 있다. 본 진단 방법은 돼지의 임신 초기에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마커를 단백질 공학적 기술을 사용하여 특정하고, 이를 단크론 항체로 제작하여 특정 항원과 특이적으로 결합하여 검출하는 기술이다.

이처럼 양돈산업에서는 계속해서 조기 임신진단을 보다 간편하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현장에서 활용도 높은 조기 임신 진단 기술이 개발된다면 양돈농가는 비생산 일수를 최소화하고 생산성과 농가 소득을 극대화할 수 있다. 머지않아 양돈 현장에서 누구나 손쉽게, 그리고 신속하게 암퇘지의 임신 진단을 수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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