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 8월 18일은 ‘쌀의 날’이다. ‘쌀의 날’은 한자 쌀 미(米)를 八十八(팔십팔)로 풀어,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818번의 농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아 정부와 농협에서 8월 18일로 지정했으며, 2015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아홉 번째다.

쌀은 “밥심으로 일한다”는 우리 국민의 주식이며, 우리 농업‧농촌의 근간이다. 국내 농가 중 절반 이상이 벼농사를 지으며, 쌀 소득은 전체 농업소득의 30%에 달하는 농가의 주 소득원이다. 그런데 쌀 소비량이 심각하게 줄면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국민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이 늘고, 아침 결식률 증가, 서구화된 식습관의 변화 등의 탓이다.

실제 통계청의 '2022년 양곡소비량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7㎏으로 1년 전보다 0.4% 줄었도, 10년 전에 비해서는 15.6%나 줄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62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라고 한다.

정부와 농협이 줄어드는 쌀 소비를 늘리고, 쌀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쌀의 날’을 제정한 이유다. 올해는 농림축산식품부 주도로 지난 17일부터 ‘쌀 꾸러미’ 나눔행사, 식품·유통기업 업무협약, 토론회(심포지엄), 가루쌀빵 반짝매장(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행사·이벤트를 진행했다.

특히 농식품부가 17일 지에스(GS)리테일, 농협경제지주와'전국민 아침밥 먹기 캠페인'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협약기관들이 전국민 아침밥 챙겨 먹는 건강한 식습관 형성을 위해 농가 판로를 지원키로 한 것이다.

이날 전문가 심포지엄도 열어 쌀 소비와 관련된 주요 이슈를 공유하며 쌀 소비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함께 모색했으며, 17일부터 19일까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가루쌀빵 반짝매장을 열어, 지역 유명 베이커리가 개발한 가루쌀빵 신메뉴를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또한 전국의 지자제들도 농협과 함께 ‘쌀의 날’을 기념해 가루쌀 제품 나눔행사, 쌀 나눔·판촉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가 쌀의 중요성이 재조명되고 아침밥 먹기 생활화 등 쌀 소비촉진의 큰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실 쌀은 식량안보와 직결될 뿐만 식량자급을 비롯 환경 및 경관보전, 생태환경보호, 수자원함양과 홍수방지 등의 기능 뿐만 지역사회를 유지하고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이같이 중요한 쌀 산업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당연히 쌀 소비를 늘려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쌀 농가의 소득안정이며, 근본적인 쌀 수급안정 대책이다. 정부도 식량안보와 쌀 수급안정을 위해 쌀 대신 밀, 콩, 가루쌀 등 주요곡물의 생산을 확대키로 하고 전략작물직불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농업인들의 논에 쌀이 아닌 다른 작물을 심었을 때 쌀에 준하는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 단가를 올려야 하며, 이를 위해 전략작물직불제 예산을 대폭 증액 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에서 논의중이지만, 식량 자급 목표를 기반한 타작물 재배지원제도가 도입되면 금상첨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기후 위기 심화 등으로 인한 세계적인 곡물 공급망 위기에도 우리는 안정적으로 식량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바로 100%에 가까운 쌀 자급률 유지 덕분이었다.

지금 세계는 식량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쌀을 중심으로 한 튼튼한 식량안보 체계의 확립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는 시기다. 제9회 쌀의 날을 맞아 쌀은 식량산업이고, 우리 민족의 생존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사실을 재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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