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이형원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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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이형원 연구사

한지는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특유의 역사성과 보존성을 지니고 있으며 최근 국내·외적으로 그 가치를 크게 인정받고 있다.

최초의 종이 제조법은 2세기 또는 그 이전에 중국에서 발명되었으며, 이 종이 제조법이 언제 전해 내려왔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지리적 위치나 유물의 연대 등으로 볼 때,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거쳐서 일본으로 전해진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각 나라에서는 독자적인 제지술을 개발하고 발달시킨 것으로 생각된다. 초기 중국의 종이 뜨는 도구로는 막대기 네 개를 사각 모형으로 연결하고 천으로 막아 채모양으로 만든 것이고, 이후 천 대신 발 등의 도구를 사용하여 종이를 만드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일반적인 수제 종이 제조 방식에는 가둠뜨기법과 흘림뜨기법이 있다. 여기서 가둠뜨기법은 발이 장착된 도구 위에 가둠틀을 만들어 물에 풀어진 닥나무 섬유나 기타 섬유질을 가두고, 물이 발의 밑으로 빠져나가게 하여 섬유질이 발에 남으면 이를 분리해 말리는 방식으로 중국과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한다.

그리고 흘림뜨기법은 가둠틀 없이 물에 풀어진 섬유질을 발 위로 흘려보내면서 물이 흘러 나가게 하고 섬유질 일부가 발 위에 남게 되면 이를 분리해내는 방식으로서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한다.

현재 국내 한지 공방에서는 우리나라 전통의 흘림뜨기법과 함께 일제강점기 때 도입된 가둠뜨기법을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에서는 종이의 규격 통일 등의 이유로 일본식 가둠뜨기법을 우리나라 전국의 제지 현장에 보급하여 일반화한 것이 큰 원인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전통 가둠뜨기법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거나 전승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세계적인 종이 연구가인 다드 헌터(Dard Hunter)는 그의 저서 ‘A Papermaking Pilgrimage to Japan, Korea and China’에 1933년 우리나라 세검정 인근 지역의 한지 공방에서 우리나라 전통의 가둠뜨기 도구를 수집하였으며, 이에 대한 사진과 설명을 실었다. 하지만 사진과 설명만으로는 그 실체 파악이 어려웠으므로 본 연구진은 이 수집품이 소장된 애틀랜타 조지아공대에 위치한 로버트윌리암스 제지박물관 측의 사전 협조를 통해 실물 조사를 진행하였다.

다드 헌터의 수집품 조사 결과, 한지 발틀 크기는 세로 148cm, 가로 72cm이며 발의 크기는 세로 125cm, 가로 72cm이며, 한지 발의 재료는 대나무, 발의 세로방향 위아래 쪽 끝부분은 너비 약 2cm, 높이 약 1.4cm의 목재로 마무리되어 있었다. 종이를 뜰 때는 두 사람이 발틀의 세로방향으로 마주 선 후, 양쪽 발 언저리에 길이 약 120cm, 가로와 세로 두께 약 2.5cm인 각목을 한 개씩 놓고 양손으로 잡은 후 물에 혼합된 원료를 발틀로 뜨면 각목 2개와 발의 양쪽 끝부분 목재 2개가 가둠틀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와 같은 발과 발틀은 우리나라 전통 한지 제작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며 위에 언급한 다드 헌터의 저서에는 이들을 사용하는 종이를 뜨는 사진도 실려있다.

위와 같이 한지 제조용 도구 유물에 대한 현지 조사를 통해, 잊힌 우리나라 전통 초지 기술의 발굴은 전승해야 할 전통 한지 제조법을 되찾은 것으로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 생각된다. 앞으로도 우리의 전통 종이인 한지에 대한 다양한 분야의 많은 연구와 함께 전통문화의 전승과 우수성 입증, 가치 제고를 위해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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