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약용작물과농업연구사 김용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약용작물과농업연구사 김용일

온난화로 해마다 밭에 재배 중인 작물이 말라 죽는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고등식물의 열사 온도는 대략 50~60℃ 정도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40℃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더워도 들판의 초목이 말라 죽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런데 밭에 있는 작물들은 폭염이 지속되면 얼마 가지 않아 말라 죽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밭두둑은 일반 풀이나 나무가 자라는 들판보다 표면 피복도가 낮아 수분 증발산에 의한 온도 조절력이 약하다. 더 중요한 이유는 잡초 관리의 편리성을 위해 대부분 밭에 멀칭, 즉 밭을 덮고 있는 비닐 필름 때문이기도 하다.

필름 멀칭은 작물이 더 잘 자랄 수 있는 생육 환경을 조성하지만, 한여름 밭두둑의 표면 온도가 60~70℃ 이상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많아 고온 피해가 더 심해지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불볕더위가 이어진 2018년에는 농촌진흥청에서 자체 조사한 전국 약용작물 재배포장의 약 10% 많게는 70%가 말라 죽는 피해를 봤다. 또한, 모든 작물들이 두둑 표면에 가까운 잎부터 순차적으로 피해를 보는 특성을 보였다.

하지만, 밭두둑 멀칭은 봄철 생육 촉진, 잡초 억제 등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기에 농가에서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이다. 농촌진흥청은 수분 증발산에 의한 기화열 흡수가 온도 하강에 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2019년부터 투습성 기능을 갖춘 저온성 필름 개발에 착수하였다.

그리고 2020년부터 15종 이상의 필름 샘플과 해외를 포함, 5개 지역 40여 농가의 실증시험을 통해 필름의 성능을 극대화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저온성 필름은 겉면은 흰색이고 속은 검은색으로 되어 있어 온도는 낮추면서 잡초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토양의 수분 증발이 거의 불가능한 비닐 소재의 필름과 달리 적정한 투습도를 유지하여 토양수분을 일정 정도 보존하면서도 대기 중으로 수분이 발산되도록 하여 지속적으로 온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저온성 필름을 활용하면 농작물이 고온 피해를 가장 많이 받는 여름철 오후 2시 정도를 기준으로 할 때 흑색 필름보다 토양온도는 약 7~9℃, 표면온도는 약 15~30℃ 정도 낮출 수 있다. 저온성 필름의 온도 경감 효과 덕분에 강원도 등 해발 400m가 넘는 고지대에서만 재배가 가능하였던 일천궁, 참당귀 등은 충북 음성지역의 저지대(해발 150m)에서도 잇따라 재배에 성공하게 되었다. 이는 RCP기후변화시나리오의 예상치로 볼 때 약 40년 정도의 작물 온도상승 영향을 억제하는 효과에 해당한다.

농촌진흥청은 현재 고온에 민감한 약용작물뿐만 아니라 비트, 고추냉이, 고랭지 배추 등 원예·식량작물까지 활용이 확대될 수 있도록 지자체, 농협 등과 협력하고 있다. 또한, 저온성 필름과 흑색 필름을 복합적으로 활용한 이중멀칭, ICT 융복합 등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여 밭작물의 고온기 피해는 줄이고 저온기 생육지연에도 문제가 없는 환경조절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은 배추 파동, 특용작물 수급 문제 등 우리 국민의 먹거리 공급과 기업의 건강기능식품제품 생산 등에 막대한 차질을 주고 있다. 저온성 필름 개발 연구가 고온기 안정적인 작물생산이 가능하게 해 농가소득 증대는 물론, 중동·유럽 지역으로의 농자재 수출, 세계 식량 안정생산에도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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