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1일 전원위원회를 열어 농축수산물·농축수산가공품 등 선물 가액을 조정하는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기존 농수산물․농수산가공품 선물 상한액인 10만 원(설날․추석 20만 원)이 15만 원(설날․추석 30만 원)으로 상향된다.

권익위는 그러면서 이번 추석 선물기간인 9월 5~10월 4일에 맞춰 실효성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9월 5일 전 입법절차를 신속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8일에는 정부와 국민의힘이 민․당․정협의회를 열고, 농축수산업계 등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함께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 상향을 골자로 하는 청탁금지법 개정을 한 목소리로 요구한 바 있다.

일단 이번 결정은 명절 기간 명절선물 비중이 높은 한우, 인삼, 사과, 배 등 국산 농축산물 소비 촉진과 내수 활성화의 큰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농축수산업계가 이번 결정을 한 환영하는 이유다.

권익위가 밝혔지만, 올해로 7년째를 맞는 청탁금지법은 그동안 우리 사회의 부정청탁, 금품수수와 같은 불공정 관행을 개선해 보다 투명한 청렴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지난해 11월 국민생각함에서 국민 44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인식도 조사결과에서 ‘청탁금지법’이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답변이 91.2%로 나타난 데서도 입증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청탁금지법의 선물 가능 가액이나 범위 등이 물가 상승이나 소비 행태 등을 반영하지 못해 민생 활력을 저하시키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계속 있어 왔다. 이에 따라 과거 명절에 한해 명절 관련 선물 가액을 2배로 상향 조정해 명절 기간에 선물 매출을 증가시키기도 했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시적으로 선물가액 범위를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렸던 2020년 추석 및 2021년 설, 농축산식품 선물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각각 7%, 19% 늘어났다.

하지만 여전히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고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집중호우, 태풍·가뭄 등 자연재해, 고물가, 수요급감 등으로 농축산업계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농축산물의 선물 가액을 추가 상향 조정한 것은 시의 적절한 조치라 하겠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외식 자영업자 및 전통시장 상인도 재료비·인건비·임대료 등 각종 비용이 상승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식사가액은 이번에 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6년 청탁금지법 식사가액은 3만원으로 상한 기준이 설정된 이후 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변동이 없어, 법 적용 실효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지금이라도 농축산물 소비촉진 차원에서 식사가액을 상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청탁금지법 선물적용대상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청탁금지법의 취지는 고가의 사치스러운 선물 등을 공직자 등에게 전달해 공정한 직무수행의 훼손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농축수산물까지 ‘법률적 제재 선물’에 포함시키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 관련법이 제출돼 있는 만큼 정치권의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농축수산물은 뇌물도 금품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자랑스러운 먹거리일 뿐이라는 축산단체의 지적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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