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산림과학원 산림특용자원연구과 박윤미 연구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특용자원연구과 박윤미 연구사
국립산림과학원 산림특용자원연구과 박윤미 연구사

산채는 산과 들에서 자생하는 식물 중 식품 가치가 높고 기호성이 좋은 식용 식물을 일컫는다. 산채와 가장 근접한 말은 산나물로 볼 수 있는데, 나물이란 ‘날것을 그대로 먹는다’라는 순수 우리말로, 어원에서도 볼 수 있듯이 특별히 익혀서 조리하지 않고 그냥 먹어도 크게 탈이 나지 않는 풀, 나뭇잎, 뿌리 등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우리 민족은 산채를 구황식, 일상식, 의례식, 약식 등에 이용하였으며, 조선 중기 이후 재배식물인 채소와 야생식물인 산채(나물)의 의미 분화가 뚜렷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즉, 19세기 초반에 채소와 나물의 의미가 분화되면서 채소를 기름에 볶는 중국과는 달리 산채는 끓는 물에 데쳐 전통 양념으로 버무리는 조리방식으로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린 나물 반찬 음식으로 발전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유럽, 북미 등 서양요리에서는 식욕을 돋우는 식전 요리에 산채와 유사한 허브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용범위가 제한적이고 적은 양을 섭취하고 있다. 그러나 일상 식품으로 널리 이용하고 있는 산채는 우리 민족만의 고유 식생활 문화의 소재라고 볼 수 있다.

산채는 정식 명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옛날부터 구전으로 불려 왔던 이름으로 판매되는 품목이 많다. 고려엉겅퀴는 곤드레나물로 판매되는데, ‘곤드레’의 의미는 계곡, 산어귀 곳곳에 제멋대로 자라는 모습이 마치 술취한 사람과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산마늘’도 식량난에 허덕이던 초기 이주민들이 쌓인 눈을 뚫고 나온 산마늘을 먹고 명을 이었다 해서 맹이(명이) 나물로 불리고 있다. ‘갯기름나물’은 바람을 막는다, 풍을 예방한다는 뜻으로 방풍나물로 알려져 있다.

산채의 재배와 소비에 있어 주요한 특징에는 네 가지가 있다. 먼저, 지역적으로 다양하게 분포하고 대부분 4~5월에 채취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또 자생지에서 살아남기 위한 독자적인 강인한 생존력으로 병해충에 비교적 강해 조방적 재배가 가능하다. 다음으로 품목별 적지가 제한되어 있어 지역 특화 가능 재배단지를 체험 코스로 개발하고 직거래 판매가 이뤄진다는 점과 마지막으로 풍습 및 지역에 따라 소비패턴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요즘은 산채가 비타민, 미네랄, 섬유소 외에도 건강에 유익한 기능성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성인병의 예방과 치료에 좋은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많다. 특히 항산화, 대사성 질환, 만성질환, 면역기능 개선 등의 효능뿐만 아니라, 노화 억제 식품 등 실버산업용 기능성 소재로도 유망하다. 패스트푸드와 가공식품의 범람 등 잘못된 식생활로 인한 현대인의 성인병 예방 차원에서 산채가 가지고 있는 기호성, 청정성, 기능성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따라서 한식의 세계화와 발맞추어 우수한 식(食) 소재로서의 산채를 외국에 알리는 좋은 기회는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전업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