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 정부가 오는 11월 30일 온라인 농산물도매시장을 출범한다. 오프라인이 주류였던 농산물 거래의 근본적인 혁신을 통해 유통 효율성과 공공성 확보를 꾀하기 위해서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 일환으로 추진되는 온라인 도매시장은 산지출하조직, 공판장, 도매시장 법인 등 판매자와 중도매인, 식자재마트, 대형마트 등 구매자가 PC, 모바일 등 온라인에서 농산물을 거래하는 전국단위 도매 플랫폼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와 관련, 지난 16일부터 온러인 도매시장 거래 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하기 위한 파일럿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파일럿 사업에는 총 268개 유통 주체가 참여한다. 판매자는 연간 거래규모 100억원 이상인 산지유통센터(APC), 미곡종합처리장(RPC), 양계농가 등 산지 출하 주체와 도매시장법인, 공판장 등 48개사이며, 구매자는 중도매인, 대형유통업체, 중소형마트, 가공․수출업체, 온라인 판매업체 등 다양한 유형의 220개다.

농식품부는 온라인 거래 적합성과 기존 도매거래 규모를 고려해 청과물 35개와 계란, 쌀을 포함한 총 37개 품목을 우선 거래하기로 했다. 거래 품목은 공식 출범 이후에도 현장 의견을 수렴해 지속 늘려 나갈 계획이다. 파일럿 사업을 통해 거래 방법, 정산체계, 물류 서비스 등 모든 플랫폼 기능을 시험할 계획이다. 정가․수의․입찰, 예약․발주 등 가능한 거래 방법을 제공하고, 24시간 거래가 가능하도록 플랫폼을 운영한다.

온라인 도매시장 출범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정희용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발간한 '농식품부 및 주요 농업정책에 대한 대국민 의견 조사' 정책자료집을 보면 온라인 도매시장 개설에 대해 긍정평가 73.6%, 부정평가 11.7%로, 필요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월등히 많았다.

이는 온라인 농산물도매시장이 기존 도매시장이 안고 있는 장소와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전국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새로운 유형의 도매시장이 하나 더 추가돼 건전한 경쟁체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가들 입장에서도 기존 출하처 외에 새로운 출하처가 생기기 때문에 출하 선택권이 확대되고, 수취가격 상승 등 농가소득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번에 출범하는 온라인 도매시장이 순조롭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우선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거래하는 농산물 특성상 판매자는 구매자가 원하는 품질과 규격에 맞는 상품으로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거래 농산물의 품질정보를 정확하게 구매자에게 전달하고 그것을 보증할 수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판매처 및 품목의 다양화에 대비해 품질을 구분하는 보다 세밀한 품목별 표준 규격도 제시돼야 한다.

또한 온라인 도매시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구매자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물론 정부는 거래 활성화를 위해 파일럿 사업 참여 구매자에게 정산자금을 제공하며 플랫폼 이용수수료를 낮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 놓고는 있다. 그러나 구매자가 거래 농산물의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기존 오프라인 도매시장보다 뒤떨어질 경우 온라인 거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농식품부에서 밝혔지만, 농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찾을 수 없는 사례다. 기존 32개 오프라인 청과류 공영도매시장에 이어 33번째로 출범하는 온라인 도매시장이 파일럿 사업을 거치면서 초기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공정한 농산물 가격 형성과 최적의 유통단계를 구축해 농민과 소비자 모두 만족하는 유통체계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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