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률 제고·쌀 적정생산 앞장선다② 전북 정읍 하이마블영농조합
농림축산식품부-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전업농신문 공동기획

하이마블영농조합법인 정왕용 대표가 직접 재배한 국내산 조사료인 ‘이탈리안 라이그라스(IRG)’를 한우에게 급여하고 있다.
하이마블영농조합법인 정왕용 대표가 직접 재배한 국내산 조사료인 ‘이탈리안 라이그라스(IRG)’를 한우에게 급여하고 있다.

[전업농신문=구득실 기자] 정부가 올해 벼 재배면적을 3만 7천ha 감축하겠다고 천명했다. 쌀값 안정을 위해 소비감소 추세를 고려, 쌀 생산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농식품부는 올해 적정 벼 재배면적을 69만ha로 보고 지난해 72만 7천ha에서 3만 7천ha를 줄이는 게 목표라는 의미다.

먼저 올해 새로 도입된 전략작물직불제를 활용해 벼 재배면적을 1만 6천ha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전략작물직불제는 논에 쌀 대신 밀, 콩, 가루쌀 등 전략작물을 재배하는 농가에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전략작물직불제는 쌀과의 소득 차를 고려해 논에 콩 또는 가루쌀을 재배하는 경우 ㏊당 100만 원, 그리고 하계조사료는 430만 원이 지급되며, 콩 또는 가루쌀을 동계 밀이나 조사료와 함께 재배하는 경우 ㏊당 250만 원이 지급된다.

이에 본지는 쌀 적정 생산의 핵심 주체인 (사)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회원들 간의 자발적 참여로 벼 재배면적 감축 협약에 동참하고 있는 성공 사례를 소개해 전략작물직불제 대상 품목인논콩, 가루쌀, 하계조사료 재배를 유도하고 쌀 적정 생산을 통한 수급 안정과 논 타작물 전환 확대로 식량자급률 제고에 대한 인식확산을 도모하고자 한다. 

정읍 관내 축산-경종농가 18호 참여
최근 축산물 가격 하락, 수급 불균형 등 축산농가의 경영난이 가중됨에 따라 정부가 사료비 등 생산비 경감을 위한 대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전략작물직불제가 본격 도입되기 전부터 논에 벼 대신 콩과 조사료를 재배해 안정적 정착을 꾀하고 있는 영농조합법인이 있다.

벼 재배면적 감축을 통한 쌀 수급 안정과 양질의 국내산 조사료 생산 기반을 구축해 축산농가의 경영을 돕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한 전북 정읍 하이마블영농조합법인을 찾았다.

지난 98년 조성된 하이마블영농조합법인(대표 정왕용)의 출발은 농업이 아닌 축산농가가 주축이 돼 시작됐다. 현재 정왕용 대표의 부친이신 정태호 대표는 1997년 외환위기(IMF 사태)와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 엄청난 변화를 겪으면서 축산 경쟁력을 강화하고 환경변화 요인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읍지역 5곳의 사육 농가와 힘을 모아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18개의 농가가 회원으로 활동 중인 하이마블영농조합법인은 축산과 경종농가로 양분돼 있다. 60ha 규모에 선풍(95%)과 대찬(5%)을 재배 중이며, 50ha 규모의 논에서 10월에 파종해 5월 말까지 길러내는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조사료 생산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하이마블영농조합법인은 동계 사료작물(이탈리안 라이그라스)+논콩을 재배하는 이모작 작부체계를 갖추고 있다.
하이마블영농조합법인은 동계 사료작물(이탈리안 라이그라스)+논콩을 재배하는 이모작 작부체계를 갖추고 있다.

“논콩 등 정부가 전량 수매해 안심”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전국 경지면적’은 152만 8,237ha로 전년 대비 1.2%(1만 8,479ha) 줄었다. 경지면적 중 논 면적은 77만 5,640ha(50.8%)였으며, 밭 면적은 75만 2,597ha(49.2%)다. 논 재배면적 중 벼 재배 비중은 85.5%로 대부분 논에 벼를 재배하다 보니 쌀 생산은 과잉인 데 반해 다른 식량작물의 생산은 저조한 편이다. 봄에서 가을까지 논에서 벼를 재배하고 수확 후 곧바로 보리, 밀, 조사료 등 겨울작물을 재배하는 이모작으로 한정된 경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사료를 계절적으로 분리하면 가을에 심어서 다음 해 봄에 수확하는 호밀, 청보리,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등의 동계조사료와 봄에 심어 가을에 수확하는 총체벼, 사료용 옥수수, 수단그라스, 사료용피 등 하계조사료가 있다.

국내 조사료 중 볏짚이 68%를 차지하고 라이그라스 등 양질의 조사료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축산농가의 생산비 절감과 안정적 조사료 공급을 위해서는 국산 조사료 자급률 확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쌀 수급 안정과 조사료 자급률 향상을 위해 하이마블영농조합법인이 앞장서고 있다.

한국농수산대학교를 졸업한 정왕용 대표는 1,100두의 한우를 사육하다 보니 자급사료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조사료 재배에 눈을 돌리게 됐다고 한다.

2011년 하이마블영농조합법인 대표로 취임한 정 대표는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처음 7~8ha로 시작했던 콩 재배를 통해 자신감을 얻어 2020년 조사료와 콩으로 전환하고 본격적인 논타작물 재배에 나서게 된다.

대부분 축산농가가 그렇듯 하이마블영농조합법인도 벼 수확이 끝난 논에 조사료를 심는 답리작 재배에 알맞은 이탈리안 라이그라스(IRG) 조사료를 생산하고 있다.

겨울 사료작물 재배면적의 80%를 차지하는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풀사료다. 영양소 함량과 소화율 등 사료가치가 높아 가축이 잘 먹는다. 습기 피해에 강해 논 이모작 재배 형태인 답리작 재배에 알맞고 토양 염류 제거 효과와 토양 물리성도 개선해 준다. 축산과 벼농사를 겸업하는 농가가 많다. 이탈리안 라이그라스의 가장 큰 단점은 추위에 약하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잘 자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 대표는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위주의 품질 좋은 풀사료 산업을 활성화해 쌀 가격 안정에 기여하고 조사료 수급 안정 및 축산농가 경영비 절감에도 이바지하겠다는 각오다.

정왕용 대표가 가축분뇨 퇴비자원화 시설을 통해 만들어진 유기질 비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정왕용 대표가 가축분뇨 퇴비자원화 시설을 통해 만들어진 유기질 비료를 들어 보이고 있다.

가축분뇨 퇴비 이용 자연순환농업 정착
“회원 농가가 생산한 논콩과 조사료는 정부가 전량 수매를 해주고 있어 안정적 생산 여건 조성과 수급 안정을 꾀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정왕용 대표는 “논 활용 조사료 재배는 축산농가 생산비 절감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된 조사료를 가축에게 먹이고 발생한 가축분뇨는 퇴비화를 통한 논밭에 환원함으로써 자원순환 및 탄소저감에도 기여했다”라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어 “우리 법인의 경우 벼 재배를 하는 경종 농가와의 유기적 협조를 통해 원활히 추진되고 있어 조사료 수급 문제의 큰 어려움은 없다”라고 덧붙였다.

가축분뇨의 퇴비 이용을 통해 자연순환 농업의 조기 정착을 돕고 있는 정 대표는 축산악취 민원과 관련해서도 지역과의 상생으로 현명하게 극복하고 있다.

가축분뇨 퇴비의 부숙도를 높여 퇴비화가 잘 이뤄지기 위해서는 호기성 미생물의 활성화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곳에는 국내 축산농가에 설치된 대부분의 퇴비화 시설과는 달리 가축분뇨 퇴비자원화 시설을 갖추고 가축분뇨를 발효시키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도 일조하고 있다. 축산물 분뇨 퇴비는 농업에서 이용 가치가 높은 비료 자원이다. 각종 영양분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어 작물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이렇게 만들어진 퇴비를 유기질 비료로써 회원 농가는 물론 지역 농가와 함께 나누고 있다.

수해 피해에도 논콩 면적 계속 늘릴 것
정부는 쌀 생산량 감축을 목표로 올해 일반벼 대신 논에 콩, 옥수수, 가루쌀 등을 심으면 직불금을 주는 전략작물 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장마철 집중호우로 논콩의 최대 주산지인 전북이 직격탄을 맞았다. 도내 논콩 침수면적은 4,689㏊에 이르렀으며, 이는 도내 논콩 재배면적 1만 1,500㏊의 40.1%다.

이와 관련해 정 대표는 “지난해는 가뭄으로, 올해는 긴 장마와 반복된 집중호우로 콩 침수 피해가 심각했다”라며 “특히 콩은 물에 약해 침수된 콩들이 상당 부분 뿌리가 썩어 생육이 나쁘고 소출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수해로 인해 토양소독 및 지력 회복을 도와 줄 작물보호제, 비료, 영양제 등 생산비가 많이 들었지만 생산된 콩도 품위가 떨어져 제값을 받기가 어려울 것 같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다. 식량자급률 향상과 쌀 수급 안정을 위해 내년 논콩 재배면적은 65~70ha로, 조사료의 경우 현재 일부 사용하는 수입산 사료작물 전량을 국내산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전략작물 재배면적을 올해보다 확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며 무한한 도전정신을 통해 미래지향적 농업, 잘사는 농촌을 만들어 농업인의 긍지와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하이마블영농조합법인은 농사 경험이 많은 어르신과 청년 농업인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인력과 경험을 더한 시너지 창출로 ‘작지만 강한’ 영농법인을 꿈꾼다.

“농업도 일과 삶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보장이 가능하다”라고 힘줘 말하는 정 대표는 “농업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며, “노력한 만큼 대가는 반듯이 돌아오고 노력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굳건한 자신의 소신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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