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자급률 제고·쌀 적정생산 앞장선다③ 전북 부안 ‘하이영농조합법인’
농림축산식품부-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전업농신문 공동기획

[전업농신문=구득실 기자] 정부가 올해 적정량의 쌀을 생산하기 위해 벼 재배면적 감축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10월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쌀 예상 생산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쌀 생산량은 368만 4,000톤으로 전년보다 2.1%(376만 4천 톤), 평년보다 2.6%(378만 2천 톤) 각각 감소할 전망이다.

단수는 10a당 520㎏으로 전년(518㎏)보다 소폭 늘었으나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2.6%(1만 9,013ha) 감소한 70만 8,041ha를 기록하며 생산량이 줄었다. 정부가 쌀 수급균형을 위해 벼 재배면적을 감축하는 정책을 펼친 결과로 해석된다.

이대로라면 별도의 시장격리 조치 없이도 안정적인 쌀 수급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벼 재배면적에서 5.1%인 3만 7천ha를 줄여 올해 69만ha로 조정한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그중 올해 처음 시행하는 전략작물직불제에 대한 농가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밭작물 전략 품목 육성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정부는 벼 적정생산 대책의 하나인 벼 재배면적 감축 협약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논 타작물 재배를 유도해 쌀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식량작물 자급률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쌀 적정 생산의 핵심 주체인 (사)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는 회원 농가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벼 재배면적 감축 협약에 동참하고, 벼 대체작물 육성을 통한 쌀 생산조정을 유도함으로써 쌀 수급 과잉을 해소하고 식량작물 자급률을 높이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나아가 식량주권을 확보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는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성공 사례를 소개해 논 타작물 전환 확대로 식량작물 경쟁력 향상에 대한 인식 제고 및 공감 확산을 전달하고자 한다. 

하이영농조합법인 송영학 대표가 수확을 앞둔 논콩밭을 가리키고 있다.
하이영농조합법인 송영학 대표가 수확을 앞둔 논콩밭을 가리키고 있다.

논콩 면적 293ha, 전년보다 2.8배 늘어
전북 부안군 백산면 하이영농조합법인(대표 송영학)의 설립은 우연으로 시작됐다. 논농사를 짓던 농부 아재 5명은 쌀값 폭락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소득원을 찾던 중 논에 재배할 적합한 타작물로 콩 생산에 뜻을 모았다. 콩은 생산비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단점은 있지만 논에 대한 적응성이 좋고, 수확 단계에서 높은 기계화율로 재배·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어 콩 재배를 선택했다고 송영학 대표는 설명했다.

이들은 쌀 생산량을 조절하고, 국산 콩 자급률을 높여 국산 콩 농가의 소득안정을 꾀하겠다는 각오로 2016년 5명으로 시작해 영농법인을 만들었다. 한 아파트에서 산다는 공통 분모로 법인 명칭도 아파트 이름을 따서 ‘하이’로 지으며, 단합과 친목을 강조하며 출범했다.

법인 설립과 동시에 경작하던 벼 재배면적 150ha를 논콩 재배로 전환하면서 회원 농가는 백산, 동진, 주산, 부안읍에 분포돼 있으며, 현재 110개 농가가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콩 재배면적은 293ha로 전년(104ha)에 비해 2.8배나 늘었다.

하이영농조합법인은 계약재배를 한 농가들을 대상으로 논콩 재배를 장려하고 있으며, 환원 사업으로 친환경 유기질 비료를 참여 농가에 공급해 콩 생육기에 지속적인 영양분 공급이 이뤄지도록 해 콩의 고품질화를 실현하고 있다.

법인에서는 채종포 단지를 만들어 생산한 품종(대찬, 선풍)을 소독(새총, 살충제, 뿌리 발근제) 약재 처리 후 공동으로 파종해 발아율을 높이고 있다.

하이영농조합법인이 선택한 콩 품종은 선풍과 대찬 그리고 청자 5호다. 장류나 두부용으로 좋은 콩 품종인 선풍과 대찬은 대립종으로 수량이 많고 쓰러짐에 강하다. 꼬투리 달리는 위치가 높아 기계 수확에 적합하며 대원콩보다 수량도 많아 논에서 재배할 수 있는 주요 품종으로 꼽힌다.

10아르당 수확량은 선풍이 340kg, 대찬은 330kg으로 대원콩보다 각각 21%, 16%가 많다. 대찬은 수확시기가 지나면 꼬투리가 터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제때 수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중 효자 품종은 다수확으로 알이 큰 선풍이며,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송영학 대표는 “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에서 주관하는 논콩 재배 기술 전문교육을 지난 3년간 받으면서 배운 대로 매뉴얼 따라 열심히 실행하고 있으며, 교육에서 습득한 재배법을 통일해 안정적인 다수확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하이영농조합법인은 10a당 350㎏ 이상의 콩을 수확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안정적 판로확보로 조합원 생산 전념
파종기를 기존 입제살포기에서 유제살포기로 변경하다 보니 입제 살포한 논보다 잡초관리가 용이하다고 말하는 송 대표는 공동선별을 함으로써 품질의 균일화를 통해 수매 시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어 조합원의 소득증대에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송영학 대표가 하이영농조합법인에서 판매하고 있는 국산콩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송영학 대표가 하이영농조합법인에서 판매하고 있는 국산콩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하이영농조합법인은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있어 조합원이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에 수확하는 콩은 두부와 장류 등에 폭넓게 사용되는 품종으로 선별 후 정부 수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로 500톤 출하하고, 정부 공판 600톤, 나머지 16톤은 가공업체를 비롯한 법인 자체 판로망을 통해 판매된다.

“농자재 공동구매를 통해 생산비 절감과 농작업 기계화 촉진으로 농업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라고 밝힌 송 대표는 “콩알 모양과 크기가 균일한 콩을 대량 생산하는 체계를 구축해 농가 소득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또 “지난해 계약재배 약정 이행 실적에 따라 퇴비 및 약제를 지원해 농가의 경영비 부담을 덜고 있으며, 공동영농을 통해 생산된 콩의 품질을 균일화하고 재배 안내서를 토대로 부안군에 맞는 재배 방식으로 농가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라고 밝혔다.

송 대표는 지속적인 식량작물공동경영체육성사업을 통해 이사진 및 참여 농가의 교육을 진행하고 활동 참여율을 높여 법인의 소속감 향상에도 전력을 기울이겠다는 당찬 각오도 덧붙였다.

하이영농조합법인은 지난해까지 수매하고 정산한 콩을 비축하고 제품을 납품하기 전까지 저장·보관하기 위한 창고가 부족한 상황으로 물류창고 등 인프라 확보를 위해 투자를 추진 중이다.

송 대표는 “부족한 물류창고 신축을 위해 법인 이익금 및 신규 출자를 통해 물류창고 신축을 결정했다며, 이를 통해 저장 공간을 확보하고 유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이영농조합법인 콩 생산단지에서 콤바인을 이용해 누렇게 익은 논콩을 수확하고 있다.​
하이영농조합법인 콩 생산단지에서 콤바인을 이용해 누렇게 익은 논콩을 수확하고 있다.​

올해는 엘니뇨에 따른 4월 저온 피해를 시작으로 6월 서리, 7~8월 극한 폭우와 28일간 지속된 장마 등 유례없는 농작물 피해를 봐 농가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하이영농조합법인도 예외는 아니다. 전년에 비해 콩 수확량도 2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송 대표는 내다봤다.

직불금 현실화·배수개선 확대 필요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콩 재배지 침수 피해는 1만 404.7ha로 지역별로는 전북 1만134.1ha(71.3%)로 가장 넓었고, 그 뒤를 이어 전남 1,276.8ha(9.0%), 제주 1,002.1ha(7.1%), 충남 801.8ha(5.6%) 순이다.

올해 수해로 논콩 침수 피해가 컸던 것과 관련해 내년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논콩 재배 환경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하는 송 대표는 “농가 대부분이 벼 재배와 다른 논콩의 배수나 물 관리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하며, 배수 개선 사업 확대, 직불금 지원 단가 현실화 등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수해를 계기로 송 대표는 “‘기본에 충실하자’라는 구절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라며 “농사에는 지름길이 없으며, 기본과 원칙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라는 소신이 그가 농업에 임하는 철학이고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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