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 11월 11일은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인의 날은 농업과 생명의 근간인 흙(土)이 십(十)과 일(一)로 이루어져 있는 점에 착안해 농촌계몽운동가인 원홍기 선생이 1964년 처음 제안했으며, 1996년 정부기념일로 지정됐다. 한 해 농사가 마무리되는 수확기에 먹거리 생산에 힘쓴 농업인의 노고를 격려하고,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올해 제28회 농업인의 날을 맞아 지난 10일 경기도 수원시 소재 서호 잔디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와 농업인단체장 등 1700여명이 참석했다. 또한 전국 8개 도의 기념행사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3600여 명의 농업인이 함께하는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농업․농촌 발전에 기여한 유공자에게 정부 포상이 수여되는 등 농업인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우리는 먼저 정부 포상을 수상한 유공자들을 축하하면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국민 먹거리 생산과 농업발전을 위해 땀 흘리는 230만 농업인들의 노고에 국민들과 함께 감사를 드린다. 특히 올해 유난히 심했던 각종 기상재해와 가축 질병을 이겨내고 1년 농사의 결실을 거둔 농업인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올해로 스물여덟 번째 농업인의 날을 맞지만, 생명산업이고 국가 기간산업이자 우리 민족공동체의 터전인 농업과 농촌은 여전히 어렵다. 농업소득의 감소 속에 농촌 고령화는 심각해지고 있고, 귀농귀촌이 이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미래 농업 농촌을 책임질 청년농업인의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2018~2022년 농가경제 변화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농가 비율이 2018년 63%에서 2022년 76%까지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청장년 소농 비율은 12.6%, 청장년 중대농도 7.1% 각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에 큰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특히 농업소득의 감소가 심각하다. 지난해 쌀과 한우 가격 폭락에 이어 국제유가와 국제곡물가격 인상, 환율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농업경영비가 올라 농업소득은 949만원으로 줄었다. 농가의 농업소득이 1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지난 2012년 912만원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농림축산식품부의 내년 예산안은 올해보다 5.6% 증가한 총 18조 3000억원으로, 농업계에서 요구해온 국가 전체 예산의 3%에 미치지 못한다. 농식품부는 이에 대해 국가 재정 증가율 2.8%보다 2배 높은 수치이며, 직불금은 3조 원을 초과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농업소득 감소와 생산비 상승, 기후위기 일상화 등을 감안할 때 여전히 부족하다는 게 농업계의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전액 삭감된 무기질 비료 지원 예산과 농업 연구개발(R&D) 예산 및 친환경농업 예산 감축 등이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이 예산안은 국회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조정될 가능성은 있다.

이제 농업․농촌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가 오고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지역경제 발전, 생명가치와 환경보존, 지속가능한 미래 산업 등 다방면에 걸쳐서 농업․농촌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음을 직시하고 투자를 확대해야 하며, 당연히 내년 농업 예산은 더 늘려야 한다.

먹거리는 국민 모두의 현안이며, 농업․농촌은 국민 모두의 생명줄과 같다. 농업인의 날을 맞아 이같은 가치와 역할을 지닌 농업․농촌이 국민적 공감대 속에 유지․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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