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탐방] 경기 이천 모가 영농조합법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월 지자체, 농업인 단체와 벼 재배면적 3만 7천ha 감축 등 성공적인 쌀 적정 생산 대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정부, 지자체, 농업인단체가 ∆선제적으로 벼 재배면적을 줄여 쌀값 안정을 달성하고, ∆논 타작물 등 활용 체계를 다양화해 농가소득 제고와 식량자급률 향상을 도모하며, ∆쌀 산업의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쌀 중심의 경기도 지역에서 과감히 쌀 적정 생산에 동참해 벼 재배면적을 줄이고 논콩 등 타작물 전환에 성공한 식량작물 공동(들녘)경영체가 있다. 경기도 이천시 모가 영농조합법인이 바로 그곳이다.

경기도 이천 쌀 주산지에서 논콩 재배 후 전용 콤바인으로 선풍 콩을 수확하는 모습.
경기도 이천 쌀 주산지에서 논콩 재배 후 전용 콤바인으로 선풍 콩을 수확하는 모습.

전략작물직불제 안착, 내년 품목·단가 인상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처음 시행한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쌀 수급 안정과 농가소득 제고, 식량자급률 향상 등 다양한 성과를 나타냈다.

우선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밥쌀용 벼 재배면적 1만 3천 4백ha를 가루쌀, 콩, 조사료 등 전략 작물 재배로 전환해 약 7만 톤의 쌀 생산을 감축해 쌀 수급 안정에 기여했다.

올해부터 전략작물직불제를 중심으로 사전 수급 조절을 적극 시행해 쌀 수급 안정을 도모했고 벼 재배면적 1만 9천ha를 선제적으로 감축하며 약 7만 3천 농업경영체에 1천80억 원의 전략작물직불금을 지급해 경영체당 약 150만 원의 직접적인 소득지원 효과를 도모했다. 전략작물 생산으로 인한 수입을 더 하면 직불제 소득지원 효과는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논에 전략작물 재배로 수입 의존성이 큰 밀·콩의 식량자급률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데 논콩 생산량은 2만 6천 톤에서 3만 7천 톤 이상으로 42%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략작물 재배에 청년 농의 참여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는데 아는 농식품부의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한 청년농 지원 효과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8일 지방자치단체에 전략작물직불금 1천80억 원을 교부했으며, 지방자치단체가 농업인별로 지급 금액을 확인해 12월 중으로 농업인에게 직불금을 지급한다.

농식품부는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생산을 장려한 콩 등 전략 작물에 대해 호우 피해로 재배를 지속할 수 없는 경우에도 전략작물직불금을 지급하기로 한 데 이어 내년도에는 논콩 경우 ha당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이모작 경우 250만 원에서 350만 원으로 인상할 계획을 밝혔다.

전한영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전략작물직불제가 쌀 수급 안정과 수입에 의존하던 밀·콩 등의 자급률 향상뿐만 아니라 농가소득 향상에도 기여하는 것이 확인됐다”라며 “특히 내년에는 더욱 많은 농업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전략작물직불금 대상 품목과 면적을 확대하고, 단가도 인상돼 농업인과 경영체 관심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쌀 중심지 주위 우려 씻고 타작물 재배

모가 영농조합법인 이상진 대표(오른쪽)와 최종윤 이사가 파이팅을 외치며 청년 농들의 열정적인 도전을 응원하고 있다.
모가 영농조합법인 이상진 대표(오른쪽)와 최종윤 이사가 파이팅을 외치며 청년 농들의 열정적인 도전을 응원하고 있다.

“처음 콩 농사 시작할 때 주위 어르신한테 혼도 많이 났습니다. 쌀 주산지 이천에서 타작물(콩)을 심는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해서 솔직히 고민도 많이 했고 당시 재배 기술도 부족해 포기할까도 생각했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경기도, 특히 이천지역은 유명 쌀 브랜드를 비롯한 타지역에 비해 높은 가격이 형성돼 있어 쌀 중심의 재배 의향이 확고한 곳이다. 그런 지역에 처음 논 콩 재배 시작한 계기에 대해 모가 영농조합법인 이상진 대표는 “지난 2018년쯤 5천 평 정도로 처음 논콩 재배를 시작했는데 최근 쌀값이 폭락하고 정부에서 쌀 생산조정 정책을 펴면서 들녘경영체 농가들이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됐다”라며 “논콩 재배 등 전략작물직불제에 이모작과 타작물 재배 지원이 되면서 소득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물론 당시에는 농촌 주변 어르신 외에도 주위 농가에서도 콩 농사해서 쌀 가격 이상 소득을 맞출 수 있을지 우려 높은 시선이 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쌀 대체작목을 찾다가 한국들녘경영체중앙회에서 실시하는 논콩 전문교육 과정에 참가해 자신감을 얻어 확신하고 농가들과 본격적인 논콩 재배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교육에서 들었던 재배 기술과 매뉴얼을 익혀 위기에 대비해 방제에 꾸준히 신경을 썼다. 콩 생육 과정에 있어 기상이변으로 인한 폭우 등 기후가 좋지 않았지만, 논콩 교육과 컨설팅 도움을 받아 피해를 줄일 수 있었고 세부적인 일지를 기록하며 수확기 작황 호조를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모가 영농조합법인은 한국농업 아카데미의 컨설팅 2회 교육을 통해 기초 과정부터 시작해 논콩 선진지 농가와 생산단지를 견학하며 재배 방법과 기술, 공동영농 법인 운영, 경영과 회원 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농가 조직에서 발생하는 부족한 부분들을 익힐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이상진 대표는 크게 욕심내지 않고 농가 회원과 논의해 기본 매뉴얼을 지키며 꾸준하게 관리해 나간 것을 논콩 재배 생산의 성공적인 정착 비결로 꼽았다.

논콩 교육과 컨설팅 도움으로 작황 호조

들녘경영체 황룡위탁영농법인 이남현 대표(위쪽)와 이상진 대표가 이천에서 논콩 수확 후 포즈를 취했다. 황룡에서는 모가에서 논콩재배 초기 이상진 대표에게 콩 수확 공동작업을 비롯해 재배기술 노하우 등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들녘경영체 황룡위탁영농법인 이남현 대표(위쪽)와 이상진 대표가 이천에서 논콩 수확 후 포즈를 취했다. 황룡에서는 모가에서 논콩재배 초기 이상진 대표에게 콩 수확 공동작업을 비롯해 재배기술 노하우 등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모가 영농조합법인은 현재 35 농가 회원들이 50ha 면적에서 논콩과 조사료 이모작 재배를 하고 있다. 또한 회원 농가 중에는 축산업도 함께 운영하는 회원들이 많아 조사료 수확을 소먹이로 활용하고 쇠똥 퇴비를 토양에 활용하며 비료비 등 경영비를 절감했다. 내년도에는 축산농가와 협업을 확장해 경축 순환농업을 실현할 계획이다.

최근 정부의 쌀 생산조정 정책으로 인한 벼 재배면적 감축과 전략작물직불금 제도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는 추세로 이천 지역에서도 청년 농들의 논콩 타작물 재배면적이 조금씩 늘어나면서 지자체에서도 이제는 전과 다르게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타작물 재배 농가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전략작물직불금이 내년에 추가 인상되면 회원 농가 재배 의향이 늘어나 밭 콩을 포함해 20ha 정도 콩 재배 면적이 더 늘어날 것으로 이 대표는 예상했다.

이 대표는 회원 농가와 청년 농업인들이 콩 농사를 해보니 재배 방법도 비교적 쌀농사에 비해 쉽고 꽤 재미있어서 한다는 점도 타작물 재배 확대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아울러 타작물 재배 추진 정책을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정권이 바뀌는 영향과 상관없이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진행해 주길 기대했다.

선별‧수매 시설 확충, 배수 개선 요구도

모가 영농조합법인은 최근 140평 규모의 콩 선별장 시설 창고를 건립했다. 이곳 부지에 향후 추가 농산물 가공·저장 창고와 관련 설비도 들어서게 된다. 수매하기 전 톤백(선풍콩) 보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모가 영농조합법인은 최근 140평 규모의 콩 선별장 시설 창고를 건립했다. 이곳 부지에 향후 추가 농산물 가공·저장 창고와 관련 설비도 들어서게 된다. 수매하기 전 톤백(선풍콩) 보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농식품부와 들녘경영체 다각화 사업 지원으로 시설, 농기계 지원을 받아 공동영농을 영위해 가고 있는 이 대표는 다만 아직 지역에서 생산한 콩을 직접 수매 처리하지 못해 이를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선별시설과 기반 조성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아울러 농식품부에서 추진 중인 배수시설 개선 사업과 관련해 집단화된 필지 면적이 경기도 지역에는 부족해 지역적인 안배를 통해 면적 요건 완화 등을 통해 배수 개선 사업 혜택을 보게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본격적인 콩 농사와 관련해 이 대표는 올해 모가 영농조합법인 자체적으로 콩 선별장을 새로 건립 중으로 12월에서 내년 1월 안에 기계 설비까지 들여 완공할 예정이다. 그리고 정부 수매 조건에 맞추기 위해 지속해서 투자를 통해 선별기 라인을 갖추고 회원 농가들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용인, 여주 등 인근 지역에서도 콩 재배에 관한 문의가 많이 오고 있고 올해 경우 모가 조합 법인이 아니더라도 공동영농 작업과 수매도 해주고 있는데 내년도부터 자체적으로 수매를 하게 되면 타지역 농가 물량도 수매와 함께 판로도 확보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가영농조합법인 최종윤 이사는 “논콩 재배를 처음에는 재배 기술 부족 등으로 잘 몰라서 작년엔 수확량이 평당 1kg 미만이었지만 올해는 농가에서 발전이 이뤄져 평당 1.4kg 이상으로 많은 수확량도 늘었고 특등품 평가를 받아 농가 회원들도 꽤 만족해 내년도에는 벼를 줄이고 콩 재배면적을 확대하려는 농가들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들녘경영체중앙회 두류 부회장직도 맡고 있는 모가영농조합법인 이상진 대표는 “우리가 처음에 중앙회의 도움을 받은 것처럼 모가 농가 회원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농가들도 참여 농가로 확대해 생산단지를 늘릴 계획”이라며 “저희만 소득 증가로 가는 것이 아닌 관내 참여하지 않은 농가들도 타 작물 재배에 동참해 재배면적 확대와 판로확보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향후 콩 가공시설 확충으로 소득 다변화에 온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진섭·이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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