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라면 수출액이 1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등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 라면이 경기 활성화를 촉진하는 수출 효자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농식품 수출액이 지난해 12월 23일 기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한 90억 1천만 달러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중 수출 호조를 보인 가공식품 품목 가운데 라면이 K푸드 수출을 이끌고 있다.

지난 8일 관세청, 식품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이 전년 대비 24% 증가한 9억 5,200만 달러로 잠정 집계됐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조 2,500억 원 규모다.

라면 수출액은 해마다 큰 폭으로 늘며, 2015년부터 9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2015년 2억 1,900만 달러에서 2017년 3억 달러를 넘어선 뒤 이듬해 4억 1,300만 달러로 늘었다. 2020년 6억 달러대에 들어선 라면 수출액은 2022년 7억 6,500만 달러를 보였고 지난해 9억 달러를 돌파하며 유례없는 성장을 했다.

한국에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선보인 것은 1963년이다. 출시 당시엔 닭 육수를 이용한 하얀 국물로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 한국인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이후 70년대 들어서서 고춧가루가 첨가된 지금의 빨간 라면이 탄생하면서 한국인의 라면을 향한 사랑은 60년 동안 뜨겁게 식지 않고 있다. 60년 전 국민의 배고픔을 달래던 우리나라 대표 서민 음식 라면이 이제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귀한 몸이 됐다.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한국 라면의 성공 비결은 한류 인기 덕분이다. 이에 직접적인 혜택을 입은 한국 라면 업체들은 해외 소비자 입맛 반영과 취향을 공략한 맛의 현지화로 세계 라면 시장 평정에 나서고 있다.

K컬처도 한몫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미국 아카데미 수상작인 영화 ‘기생충’이 세계적 관심을 받았고 영화에 나온 짜파구리의 인기도 덩달아 치솟았다. 또 방탄소년단(BTS) 멤버인 지민이 ‘불닭볶음면’을 먹는 장면이 화제가 돼 전 세계 팬덤에 제품이 알려졌고 유행처럼 번지면서 매운 라면이 일종의 문화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에 더해 정부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농식품부는 주요 품목 수출 확대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업해 드라마 등 다양한 한류 콘텐츠와 연계한 간접광고(PPL)를 추진하며 농식품 수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 높아진 K-콘텐츠 인기에 편승한 K-푸드가 주목을 받으면서 라면뿐 아니라 김과 가공밥, 김치, 냉동김밥 등의 수출도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전통의 강호’ 김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해 수출액은 11월 7억 3,300만 달러에 이어 12월 20일 기준으로 1조 원(7억 7,000만 달러)을 돌파했다. 2010년 1억 1,000만 달러였던 김 수출액은 불과 13년 만에 일곱 배 이상 늘었다. 마음 든든한 일이다. 당장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작지만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디디며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K-푸드’의 인기를 실감하며, 응원과 함께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 수출 전선의 구원투수로 나선 라면의 유쾌한 반란이 계속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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