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홍인경 전문연구원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도시농업과 홍인경 전문연구원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발표한 ‘2023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가 행복지수는 OECD 38개국 중 35위로 케이(K)-컬처의 위상과 경제력에 비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의 2022년 가임여성 평균 출산율은 0.78명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라는 말이 무색하게 1명 이하인 최악의 수준까지 떨어졌다.

사회의 지속성이 위협받고 발전 가능성 낮은 시대, 한편에서는 사회적 패러다임을 이전의 경제성장에서 국민총행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간은 본래 자연과 생명에 대한 본능적 사랑이 있고, 인간의 정신과 육체는 녹색의 자연환경에 맞도록 설정되어 있다. 즉, 인간은 자연을 가까이할 때 녹색 갈증이 해소되고, 질병이 자연스럽게 치유되며, 정신적·신체적으로 편안함과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도시인들은 콘크리트 속 건물들, 딱딱한 아스팔트, 자동차 소음과 매연으로 가득 찬 회색 도시에서 생활하며 자연과 동떨어져 생활하고 있다. 녹색 갈증 상태에서 도시인들은 우울해지고, 많은 스트레스를 느껴 공격적으로 바뀌며, 각종 질병에도 취약해지게 된다.

예로부터 인류는 열대의 숲에서 진화하여 식물과 함께 살아왔다. 또한, 식물 없이는 행복을 누리지 못하기 때문에 녹색환경과 녹색 활동을 통해 잃어버린 집단 무의식적 본능인 ‘녹색의 삶’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는 식물을 통해 강한 생명력을 느끼고 자신을 돌아보는 행위 등으로 식물이 주는 교감과 치유의 상징성을 표현한 영화 ‘레옹(1994)’에서도 투영해 볼 수 있다.

요즈음 식물, 작물, 숲 같은 식물자원을 활용해 지친 도시인들의 심신을 회복시켜 주는 농업이 뜨고 있다. 이름하여 ‘치유농업’이다. 삶에 지친 도시인은 물론 암 환자, 수형자, 그리고 알코올, 게임, 도박 등 중독자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장애인, 치매 노인, 학교 폭력 피해자를 위한 프로그램까지 등장하며 치유농업은 미래의 고부가가치 농촌 신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농업은 약 1만 년 전, 300만 년에 가까운 인류의 수렵·채취 생활을 끝내고, 정착 생활을 가능하게 해 준, 인류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인류 최초의 혁명이다. 그러나 지금의 농촌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 등으로 소멸을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치유농업은 농민들에게 지방소멸 위기에 있는 농촌과 농업을 살리는 희망의 백신으로, 지치고 힘든 도시인과 농민을 연결하는 가교역할로, 모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겨울 색이 확연한 뜰 안의 나무와 밭의 작물들은 잎사귀가 떨어져 뒹굴고 축 늘어져 마른 잎으로 바스락거린다. 필자는 뜰 안 대파를 뽑으면서 잘 자라준 작물에 감사함을 표한다. 또한, 생명의 교감을 해 준 작은 정원에는 아낌없이 주는 진정한 삶의 지혜를 배웠노라며 나직이 속삭인다.

모든 것이 조용히 멈춰진 겨울의 길목에서도 여전히 숨 쉬며 뛰노는 작고 조용한 그러나 힘찬 대지의 소리를 듣는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사랑과 감성의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생명의 소리가 기대된다. 이제는 마음의 귀를 열고 미세하게 들려오는 대지의 소리와 농업이 연주하는 다양한 희망의 노래를 들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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