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축산업…한우 동물복지 농장을 가다] 무안군 해제 청보리 한우영농조합법인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란?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소·돼지·닭·오리농장 등에 대해 국가에서 인증하고 인증 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를 표시하는 제도다. 사육 단계에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를 실시해 산란계(2012년), 양돈(2013년), 육계(2014), 젖소, 한육우, 염소(2015), 오리(2016) 농장에 대해 인증을 하고 있다. 국내 8번째로 동물복지 농장(한우)을 인증받은 전남 무안군 해제 청보리 한우영농조합법인을 찾아 동물복지농장 현황에 관해 알아본다.

             축사 입구에 부착된 농림축산식품부 HACCP, 무항생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마크.
             축사 입구에 부착된 농림축산식품부 HACCP, 무항생제,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마크.

동물복지 소비자 관심 꾸준히 증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한 ‘2023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 의식조사’결과에 의하면 동물보호법에 대해 ‘명칭과 내용을 잘 알고 있음’, ‘어느 정도 알고 있음’의 응답 비율이 71.8%로, 2021년 이후로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등록제 인지도 또한 63.6%로 지속해서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조사에서 동물복지축산 인증제도를 알고 있다는 응답은 74.3%였고,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축산물 구입 경험도 67.3%로 나타나 대체로 높은 인지율을 보였다. 구입 제품의 경우 달걀(81.2%), 닭고기(50.2%), 돼지고기(30%), 우유(20.8%) 순으로 구입이 많았으며 남성보다 여성의 구매 경험이 많았다.

특히 농장동물의 복지개선을 위해 평균 21.1%의 금액을 추가 지불할 의향이 있음을 보여줘 앞으로 동물복지에 대한 소비자 관심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동물복지 축산농장에서 사육되고 동물복지 운송·도축을 거쳐 생산된 축산물에 ‘동물복지 축산물’ 표시를 하는 등 사육·운송·도축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종합적인 농장 동물 복지체계를 마련해 나가고 있으며 유기 동물관리에서 동물등록에 이르기까지 동물보호 업무 전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각 시도(시군구)의 동물보호 업무 담당 부서와 연계해 국가 동물보호 정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8번째 인증 한우 동물복지 농장

한우에게 조사료를 급여하고 있는 조영기 대표.
한우에게 조사료를 급여하고 있는 조영기 대표.

“냄새 없는 쾌적한 사육환경을 제공하고 가축의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하는 등 농장 동물의 복지 수준을 향상하면 동물이 건강해집니다. 농장 해썹(HACCP·안전관리 인증)시설과 무항생제 건강한 동물로 생산되는 축산물은 안전합니다.”

전라남도 무안군 해제면 임수리에 자리한 해제 청보리 한우영농조합법인은 지난 2년여에 걸친 준비로 까다로운 동물복지농장 기준을 충족해 지난 1월 11일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한우 부문 동물복지 축산농장으로 공식 인증받았다.

식량작물공동체 조직인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의 감사와 전남연합회 소속으로 무안군 해제면에서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임석들’에서 31개 들녘경영체 회원 농가를 이끄는 조영기 대표는 복합영농으로 축산업에도 종사하며 해제 청보리 한우영농조합법인 대표를 맡은 서정래 회원 농가와 함께 동북 복지 농장을 관리·운용하고 있다.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동물복지형 축산 시범사업 세부 계획을 세워 축사 1550㎡, 퇴비사 405㎡, 부속동 195㎡, 비 가림 운동장 160㎡, 운동장 1561㎡ 등 총면적 7250㎡의 사업 부지를 조성해 국비 50%와 시군비 30%, 자부담 20%로 총 4억 1천7백만 원의 사업비를 마련해 동물복지농장을 시작한 조 대표는 지난 40년간 이곳 고향인 무안에서 정직하게 땀 흘리는 농사꾼으로 지역 터전을 지켜왔다.

현재 해제 청보리 한우영농법인 전체 5명 회원 농가의 한우 사육두수는 총 800두로 동물복지 인증은 93두를 인증받아 관리하고 있다. 조 대표는 컨설팅을 통해 동물복지 사육 계획을 세우고 부지 구입과 설계, 토목, 건축, 분뇨처리 인허가, 진입로, 정지 등 토목공사와 축사 건축공사, 내·외부 복지시설, 방역, 울타리, CCTV 등 부대 시설 등 농림축산식품부와 검역본부 규정대로 꼼꼼히 갖추고 가축 입식을 진행했다. 그리고 확보된 필지 내에 단계별 방목지와 배수로를 조성해 소가 편안한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조성에 힘썼다.

까다로운 구비요건 관련 지원 늘려야

운동장을 거닐며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소. 사육단계별 두당 최소 소요면적과 동일한 운동장 면적을 확보했다.
운동장을 거닐며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소. 사육단계별 두당 최소 소요면적과 동일한 운동장 면적을 확보했다.

동물복지 한우·육우 농장 인증 기준 제4조에 따르면, 관리자는 △소의 입식 및 출하 상황 △사육 두수 및 성별 △폐사 및 도태 두수와 원인 △사육밀도, 우사 내부 면적(시설 평면도 포함) △소의 건강 상태 등 점검 내용(비정상 행동 등) △기계화․자동화 설비, 경보장치, 보조전력 공급장치 등의 점검 내용 △우사 내 매일 최고 및 최저 온도 △청소 및 소독내용 △질병 예방 프로그램(수의사 컨설팅 내용 등) △약품, 백신 구입․사용 내용 및 질병 발생 및 처치 내용 △우사 바닥의 상태 △사료의 생산·구입, 영양성분 및 급여 내용 등 16가지 항목의 까다로운 구비 요건을 갖춰야 한다.

또한 농장 관리자는 쇠고기 이력제 등에 참여해 농장 이력 추적이 가능하게 해야 하고 사료 안에 성장촉진제, 호르몬제, 항생제를 첨가할 수 없으며 반드시 치료 목적으로만 사료 안에 항생제를 첨가할 수 있다.

급수는 7일령 이후의 송아지를 포함한 모든 소는 담당 수의사의 별도 지시가 없는 한, 매일 적합한 양의 깨끗한 물을 언제든지 섭취할 수 있어야 하며 물은 최소 1년에 1회 이상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그 기록을 2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 수질 기준은 ‘지하수의 수질보전 등에 관한 규칙’ 제11조에 따른 생활용수 수질기준에 적합해야 한다. 다만 일반 세균은 1㎖ 중 1,000CFU(Colony Forming Unit)을 초과해서는 안된다. 또 개별 급수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10마리당 1개 이상을 제공해야 하고 최소 급수 공간은 두당 최소 450~700㎜의 급수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다른 농장에서 소를 입식하는 경우에는 동물복지 인증 축산농장에서 생산․사육된 소를 입식해야 하는데, 다만 일반 농장에서 입식할 경우 8개월령 이하의 소를 입식하는 준수사항을 지켜야 한다. 관리자는 동물복지 및 동물건강에 필요한 관리 기준과 절차를 문서화 한 후 상황에 따라 보완해야 하고 관리자는 인증신청 시 최근 3개월간의 동물복지 운영 실적을 운영 현황서에 포함하도록 하고 있어 준비부터 동물복지 농장 관리 운용이 절대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소와 사람이 행복한 농장 가꿀 것”

조영기 대표가 동물복지 농장 축사 주요공간에 설치된 선명한 화질의 CCTV를 통해 소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조영기 대표가 동물복지 농장 축사 주요공간에 설치된 선명한 화질의 CCTV를 통해 소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

조영기 대표는 인터뷰를 통해 동물복지 발전 방향과 관련한 그동안의 여러 생각들을 털어놓았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작고 산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애초 유럽처럼 동물복지 밀도 기준을 따라 하기 힘들다고 조 대표는 말한다.

정부는 한국의 동물복지농장 사양 기준을 유럽이나 타 외국의 기준보다 더 깐깐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 때문에 축산농가의 사육두수와 투자비 대비 높아진 생산비로 이윤이 줄어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정부에서 축산농가에 어설픈 지원책보다는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표는 “농장 주변에 혐오감을 주는 축산액비나 퇴비의 냄새는 꾸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동물복지 축사 건축 시 거리 제한과 건폐율 등을 완화해 동물복지 사육밀도로 인한 두수 감소 등을 보완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축사 기자재 개발로 누가 농장을 지어도 손쉽게 건축과 수리 등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모듈화해 공사비 감축과 유지비 절감을 통해 농가 경영비에 보탬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육계와 산란계 쪽은 거대한 계열사로 인해 자리 잡아 가고 있지만 돼지농장과 한우는 동물복지 전용 생산과 유통‧판매 등 판로 확보문제 스트레스로 힘들어하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왼쪽부터 조영기 대표와 딸 조수진 씨, 부인 전동심 씨가 함께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 동물복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조영기 대표와 딸 조수진 씨, 부인 전동심 씨가 함께 지속 가능한 한우산업, 동물복지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조영기 대표는 “까다로운 요건 충족을 위해 각고의 노력 끝에서 2년여의 세월을 들여 인증받은 축산농가를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종합대책을 기대한다”라며 “그간 힘들었지만 이젠 주변 농가에서 동물복지 관련 시설 시 우리 농장 설계와 계획을 참고해 시행착오를 줄여 불과 3~4개월로 준비기간을 단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라고 말하며 “지속가능한 축산업으로 앞으로 소와 사람이 함께 행복한 농장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청룡의 해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무안=김진섭‧이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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