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 농업연구사 이종안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 농업연구사 이종안

비만인의 경우 정상인보다 후벽균(Firmicutes)과 프레보텔라(Prevotella)라는 장내 미생물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알려져 있다.

잘못된 식습관은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지방 흡수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비만을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식이와 환경은 장내 미생물을 변화시키는 주범이지만, 공범은 없는 걸까?

‘나는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체질이야.’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다. 하지만, 우스갯소리로만 여기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필자는 ‘체질(體質)’이라는 단어에 주목하고 싶다. 체질은 몸의 성질 혹은 바탕으로 정의된다. 몸의 성질과 바탕은 바꾸어 말하면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물만 마셔서는 살이 찔 수 없다. 하지만, 식습관과 환경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체질에 따라 나만 유독 살이 찔 수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생각을 좀 더 확장해 보면 개인별 유전적 차이에 따라 비만을 일으킬 수 있는 미생물이 증가하게 되고 같은 음식을 먹어도 뚱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약 18,000명의 사람을 대상으로 분변 미생물과 숙주 유전자 간의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유당 분해효소인 락타아제의 합성에 관여하는 LCT 유전자가 유당 분해에 관여하는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을 조절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었다. LCT 유전자형(Genotype)에 따라 장내에 존재하는 비피도박테리움의 양이 줄어들고, 이에 따라 유당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져 우유만 마시면 설사나 복통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숙주의 유전적 특성이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축의 경우 소의 건강이나 사료 효율에 영향을 주는 장내 미생물과 숙주 유전자의 상호작용을 밝히는 연구가 일부 수행되었다. 한 예로 소화기관의 건강과 밀접한 뮤신(mucin)을 들 수 있다. 뮤신은 소화기관의 조직 표면에 보호막을 형성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당단백질로 유해 물질, 바이러스, 유해균으로부터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한다.

이러한 뮤신의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뮤신을 분해하는 미생물들을 조절한다고 보고되었다. 결론적으로 숙주의 뮤신 생성 관련 유전자가 달라서 장내 존재하는 뮤신 분해 미생물들을 조절하지 못하면 같은 사육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병원균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해 아픈 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장내 미생물은 숙주와 공생(共生)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된다. 공생은 각기 다른 두 개나 그 이상의 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일컫는다. 공생의 관점에서 숙주의 유전 특성과 장내 미생물의 상호작용을 무시하고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시도는 개개의 나무만 보고 숲 전체를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격이다. 따라서 숙주의 유전 특성과 장내 미생물의 역할에 대해서 서로 연관 지어 바라보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숙주 유전체를 활용한 우수 가축 선발 및 개량은 축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함께 사육 농가의 소득 증가를 위한 중요한 과정이다. 현재까지 다양한 형질을 제어하고 향상할 수 있는 유전자 마커들이 발굴 및 적용되고 있다. 여기에 사료의 소화, 영양분 흡수, 면역 증강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내 미생물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발굴하여 가축의 선발과 개량에 적용한다면, 생산성을 한 단계 더 높일 기회가 되지 않을까 제안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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