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 17년만에 조합장 직선제로 치러진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을 슬로건으로 내건 강호동 경남 합천군 율곡농협 조합장이 당선됐다. 강 당선인은 지난달 25일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지역 농․축협 및 품목조합의 조합장 등 선거인 1111명 중 1096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임시총회에서 2차 투표까지 이어진 끝에 전체 유효 투표권 수 1247표 중 781표를 얻어 새 농협중앙회장에 선출됐다. 강 당선인 임기는 오는 3월 정기총회일 다음 날 시작된다.

강 당선인은 율곡농협 5선 조합장으로, 지난 1987년 율곡농협에 입사해 40여년간 줄곳 농업․농촌 분야에서 일해 왔다. 그는 농협중앙회 및 농협경제지주 이사 등을 거져 현재 율곡농협 조합장, (사)한국 딸기 생산자 대표조직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농협의 건전한 발전과 혁신을 이끌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는 강호동 25대 농협중앙회장 당선에 축하를 보내며, 강 당선인의 약속대로 4년 임기동안 중앙회 및 농․축협의 변화와 혁신을 통해 ‘농민의 농협’을 만들게 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이번 선거는 2007년 이후 17년 만에 전국 조합장 직선제로 치러져 비록 제한적이긴 하지만 전체 조합원들의 의사가 폭넓게 반영됐다는 점에서 강 당선인의 100대 공약을 주목하고자 한다.

우선 강 당선인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농협 경제지주의 지도․지원기능을 중앙회로 편입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경제지주를 중앙회로 통합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지난 2012년 농협 구조 개편 작업을 통해 중앙회와 경제지주, 금융지주 등으로 분리돼 현재까지 운영돼 왔으나, 중앙회와 경제지주 체제가 본연의 기능인 회원조합 경제사업 활성화와 공동이익 증진에 충분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현장의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공약은 농협법이 개정돼야 실현 가능하기 때문에 강 당선인의 농정활동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강 당선인은 또 지역농협이 주인이 되는 중앙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해 눈길을 끈다. 중앙회 계열사에 대한 조합 지분과 경영 참여를 확대하고, 특히 경쟁사업은 과감히 지역농협으로 이관해 농협끼리 경쟁하는 경우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 농․축협의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무이자자금 20조원을 조성해 조합 1곳당 200억~500억원을 지원해 농축협의 경영부담을 덜어주겠다고 했다. 이들 공약은 중앙회와 지주회사만의 이익이 아닌 회원조합의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더욱 구체화하고 반드시 실현해야 한다.

벼 수매자금을 확대하는 등 쌀값 안정을 위한 대책도 주목된다. 강 당선인은 3조원 규모 벼 매입자금 확보와 함께 농가 지원 기간을 현행 6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리는 안을 제시하면서 ‘조곡 40㎏ 매입가격 7만원’을 약속했다. 농협에서 수매하는 쌀값이 정부의 공공비축미에 비해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며 농업인에게 큰 불만이었다는 점에서 강 당선인의 이 공약은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농협중앙회는 그동안 중앙집권적이고 비민주적인 지배구조와 회원조합이 아닌 중앙회 자체 이익을 우선시하는 하향식 사업구조, 회원조합에게 불공정한 경제사업 추진 등의 비판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강 당선인의 선거과정에서 내건 공약은 지켜지기만 한다면 이같은 비판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임기동안 100대 공약을 모두 실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인 만큼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17년 만의 직선제 선거에서 농협중앙회장으로 선출된 강호동 당선인이 4년 임기동안 오로지 회원조합과 농민조합원을 위해 일해 농협조직을 바른 길로 이끈 수장으로 기록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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