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종자원 이경열 강원지원 검사팀장
국립종자원 이경열 강원지원 검사팀장

며칠 전 입춘(立春)이 지났다. 꼭 이맘때 초등학교 시절 음악책에 ‘봄이 오면’이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이 노래 가사와 같이 봄은 실로 다채롭고 햇살 따뜻한 마음의 계절이다.

이 생명의 계절, 연두색 새싹이 올라오면 우리들도 색이 올라온 진달래 빛 같은 마음으로 집 앞마당과 뒤뜰, 그리고 산과 들에 봄의 향기를 맡으며 묘목을 심는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선진국이라서 그런지 봄이 되면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도 많고, 조경에 관심이 있는 분들도 많아서, 묘목 시장에서 꽃나무며 과실수, 상록수 묘목 등을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주 일부’ 묘목 업체에서 많은 손님에 치여 묘목의 뿌리 관리를 소홀히 하여 뿌리가 상한 묘목을 판매하는 경향이 있다. 애써 심어놓은 묘목이 고사하면 심는 사람도 상심이 크고 들어간 노동이며 묘목값도 아깝다. 묘목이 고사하는 이유는 이외에도 겨우내 언 뿌리에 축분 비료를 듬뿍 주어 과비로 고사하는 경우도 여럿 보았다.

그래도 뿌리가 상하는 문제는 잔뿌리와 흙이 많이 묻어있는 묘목을 구매하면 된다. 과비로 고사하는 문제는 적정 시비를 하면 어지간해서는 고사하지 않는다. 요새는 묘목 판매업체에서도 한그루, 두 그루 정도는 이유 불문 교환도 잘해주니 별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수원을 처음 하시는 귀농인이나 기존 과수원을 경영하는 농업인같이 규모가 있는 과수 묘목 대량 소비자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좀 다르다. 기본적으로 재배 기술이 있기에 상기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과수원에서 흔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발생하는 문제는 과수 묘목의 잘못된 구매 방법인 것 같다.

이와 관련, 국립종자원 강원지원이 있는 강원도 홍천군은 기후 온난화로 사과 주산지가 되었다. 과수원을 지나면서 든 생각은 왜? 이렇게 많은 어중간하게 성장한 사과나무를 캐서 과수원 주변에 폐기해 놓았을까? 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 안에 농가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묘목 시장에서 과수 묘목을 선택 후 열심히 심고 재배관리를 했으나 구매 시 품종이 혼동된 경우, 판매자의 말만 듣고 구매한 경우, 품질표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사례 등, 억울하다는 사유도 제각각이다.

묘목을 판 상인도 정확한 정보전달을 해 주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겠으나, 정확하게 확인하지 않고 막연히 판매자의 말만 듣고 구매한 농업인의 부주의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당초에 농업경영계획에 의거 시장을 분석하고, 의도한 품종이 있어 과수 묘목을 통한 과수원을 계획한 농업인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농업경영인은 어떤 과수 묘목을 구매하여 3년에서 5년 과수 묘목을 육성했다. 하지만 의도한 바와 다른 열매가 열려 농가 소득에 보탬이 안 되는 과실이 나왔을 때는 어쩔 것인가? 꾸준히 정성과 시간과 물적자원을 투여한 농업인의 정신적, 시간적, 금전적,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우리나라의 모든 과수 묘목은 판매할 때 종자산업법 제43조 규정에 의거 품질표시를 하게끔 제도화 되어있다. 이와 관련, 과수 묘목을 구매할 때는 직사각형 모양의 품질 표시(규격 묘 표시) 종이가 붙어있는 묘목을 구매해야 한다. 표시 항목에서 작물의 종류, 품종명, 대목명, 업체명(종자업 등록번호), 품종의 생산․판매 신고 번호, 생산 연도, 주요 병해충 유무까지 기재하도록 이미 제도화 되어있다.

개별 소비자와 대량 수요처인 농업인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서 과수 묘목을 구매한다면 개인적인 손실도 막을 수 있고, 더 나아가 국가 전체로 봤을 때 크나큰 경제적 손실도 막을 수 있다.

과수 묘목은 마음만 먹는다면 구매할 때, 품질표시 확인을 통해 이력을 꼼꼼히 확인할 수 있는 제도는 이미 정비되어 있다. ‘올봄’ 멋진 과수 묘목은 개별 소비자 그리고 농업인의 신중하고 ‘힙(hip)’한 선택만을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 © 전업농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