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산 조생종 양파 출하가 눈앞에 다가온 가운데, 양파값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배면적이 늘어난 데다 기상 호조로 생육도 양호해 생산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수입한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심각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4년산 양파 재배면적 실측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양파 재배면적은 전년보다 4.7% 증가한 1만 8,829ha로 나타났다. 품종별로는 조생종이 전년보다 0.5% 증가한 2,971ha, 중만생종은 5.5% 증가한 1만 5,858ha로 조사됐다.

이같이 재배면적이 늘어났고 기상여건 호조로 조생종 작황도 좋아 올해산 양파 생산량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저율 관세할당(TRQ) 양파 수입 등에 따른 재고량 증가로 앞으로의 가격전망이 극히 불투명하다. 실제 농경연이 내놓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2023년 4분기)을 보면, 지난해 양파 수입량은 전년보다 51%나 증가한 13만 8000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1월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 상반기에 양파 TRQ 2만톤을 도입한다고 밝혀 양파 재배농가들의 강력한 반발을 샀다.

앞으로 양파 가격 전망이 불투명함에 따라 전남 지역 조생종 양파의 포전거래(밭떼기)는 올 2월 중순만 해도 약 70~80%에 달했으나, 현재는 4~5%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농수산물도매시장 양파 거래 가격은 1월 31일 기준 ㎏당 1천132원으로 지난해보다 23% 하락했다.

이와 관련, 전남도가 오는 3월 조생종 양파의 본격 출하를 앞두고 정부에 선제적 수급안정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양파 가격이 하락 추세인 반면 인건비, 비료 등 농자재 가격은 크게 올라 농업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남도는 구체적으로 3월 조생종 양파 출하기 이전에 수입 양파 7천톤을 가공용으로 출하하고, 2024년산 양파 정부 수매비축량을 6천 톤에서 3만 톤으로 확대하며, TRQ 수입량 결정 시 ‘양파 생산자단체’ 참여 보장 등 실효성 있는 선제적 대책 마련을 정부에 건의했다.

전남도의 이 같은 양파 선제적 수급안정 대책 건의는 정부에서 반드시 수용해, 즉각 실행에 옮겨야 한다. 특히 양파 수입은 국내산 양파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농업인들이 수급 조절을 위해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작신고제’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크므로 TRQ 수입량은 반드시 생산자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결정해야 한다.

경작신고제는 생산자 스스로 선제적, 자율적 수급 조절에 참여하는 첫 단계로, 2021년부터 양파 의무자조금 관리위원회가 주체가 돼 추진하고 있다. 대상은 양파 재배면적 1천㎡ 이상인 농업경영체 등록 농업인으로, 경작신고제 데이터를 통해 재배현황 정보 수집과 전파를 통해 효율적인 영농의사 결정을 도모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매년 반복되는 양파 가격 급등․락 등 수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다. 본란에서 제기하기도 했지만, 양파 의무자조금단체를 활성화해 정부와 지자체, 농협 등과 머리를 맞대 양파 재배 단계부터 적정 생산을 유도해야 하며, 대체작목 개발, 휴경제 도입 등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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