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가공식품 원료 ‘정부양곡 가공용 쌀’ 무엇이 문제인가 ㊤

2023년 쌀가공품 품평회에서 선정된 제품들.
2023년 쌀가공품 품평회에서 선정된 제품들.

[전업농신문-구득실 기자] 정부가 쌀 재배면적 감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으로 30년 새 절반 수준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등 쌀 공급과잉 문제는 여전하다. 이에 정부는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즉석밥과 냉동 김밥 등 K-푸드가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쌀 가공식품 수출액이 지난해 사상 첫 2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즉석밥과 냉동 김밥 등 주요 쌀 가공식품에 대한 집중적인 육성을 통해 2028년까지 국내 쌀가공산업 시장을 17조 원 규모로 키우고 이 분야 수출액을 4억 달러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처럼 쌀 가공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청사진 제시에도 불구하고 산업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원료에 대한 품질관리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쌀가공식품업체 대부분이 정부양곡을 원료로 사용하고 있는데, 정부 지정 도정공장의 낙후된 시설과 관리 감독의 부재로 품질개선에 대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정부관리양곡 실태와 정부 지정 도정공장의 현주소를 통해 가공용 쌀의 원료로 사용되는 정부관리양곡의 품질 제고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를 2회에 걸쳐 짚어본다. 다음 호에서는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정부관리양곡 품질 문제와 관련해 대한곡물협회의 입장 및 대책과 정부의 품질 제고 방안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2028년 쌀가공산업 시장 17조 규모로 육성
정부는 최근 ‘제3차 쌀가공산업 육성 및 쌀 이용 촉진에 관한 기본계획’(2024∼2028년)을 발표했다. 오는 2028년까지 국내 쌀 가공산업 시장을 17조 원 규모로 육성한다. 이를 통해 쌀 가공식품 수출액 4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 쌀 가공산업 시장규모는 2018년 6조 3,000억 원에서 2022년 8조 4,000억 원으로 33.3% 성장했고, 같은 기간 수출액은 8,900만 달러에서 1억 8,200만 달러로 두 배로 급증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쌀 가공산업 10대 유망품목’을 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또 국내외 쌀 가공식품 시장을 확대해 가공용 쌀 소비량을 2022년 57만 톤에서 2028년 72만 톤으로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2028년까지 한국글루텐프리인증(KGFC)을 받은 기업을 100곳 육성하고, 해외 주요 글루텐프리 인증을 받은 쌀가공업체 수도 2028년 3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수출국별, 품목별로는 특화 전략을 수립하고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 쌀 가공식품 수출 대표업체를 200곳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충남 예산군 오가면 소재 대동농산 도정공장 내 설치된 색채선별기.
충남 예산군 오가면 소재 대동농산 도정공장 내 설치된 색채선별기.

쌀가공품 원료 ‘가공용쌀’…품질개선 절실
정부양곡은 양곡관리법 제2조(정의), 시행규칙 제9조(정부관리양곡의 판매)에 의거, 정부가 민간으로부터 매입하거나,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취득해 관리하는 양곡을 말한다. 그중, 쌀가공품 원료로 정부가 가공업체에 공급하는 쌀을 ‘가공용쌀’이라고 한다.

쌀가공식품업체들은 가공용 쌀을 원료로 사용하다 보니 정부양곡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영세한 기업구조 등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품질향상과 가격경쟁력 확보가 최대 관건이다.

쌀가공식품업계는 지난 30여 년간 정부양곡의 품질 제고를 위해 관리체계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 왔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부양곡에 대한 품질경쟁력 제고와 위생관리 강화 등 관리체계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과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2021년 복지용·가공용 쌀 등 정부양곡의 품질 제고를 위해 관리체계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지만 땜질식 대책만 내놔 품질에 대한 쌀가공식품업체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양곡의 도정업·보관업을 수행하는 대한곡물협회 관계자는 “이물질 혼입 등 일부 지적 사항은 정부양곡 도정 공장주들이 관리를 소홀히 한 점도 있다며, 대다수가 소비자인 쌀가공식품업체의 눈높이와 정부 공급 규격과의 차이 등으로 인해 품질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정부관리양곡 가공용 쌀을 배정받은 쌀가공식품업체에서 발견된 실, 미강 덩어리 등 다양한 종류의 이물질.
정부관리양곡 가공용 쌀을 배정받은 쌀가공식품업체에서 발견된 실, 미강 덩어리 등 다양한 종류의 이물질.

도정공장 현대화, 수요자 계약판매 방식 필요
지난 30여 년간 정부양곡 가공용 쌀의 이물질 혼입 등 품질 문제로 수요자의 우려와 민원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시점에서 정부양곡 도정공장의 관리 실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정부관리양곡 도정공장은 전국에 120여 개에 이른다. 시설을 비롯한 장비, 환경, 위생 등에 따라 S등급, A등급, B등급으로 구분해 관리된다. 지난해 말 기준 최고등급인 S등급은 전체의 40%인 48개소에 불과하다.

도정 시설의 현대화와 품질관리, 위생 상태 등 요건이 까다로워 대다수 도정공장은 A등급(51곳)과 B등급(17곳)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올해부터 재등급 산정을 통해 B등급의 경우 계약을 해지하는 등의 강경책을 펼쳐 생산시설 현대화 및 정부 양곡 안전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정부양곡 도정공장의 경우 책임생산량만 충족하면 남은 잔량은 도정공장의 소유가 된다. 정부양곡 도정공장은 지시에 따라 정부가 맡긴 양곡을 임가공해 그에 따른 임가공료만 받으면 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공장주는 품질을 높이기보다는 생산을 늘리는 것이 이익이 되는 구조라 이 같은 폐해가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쌀가공식품업계에서는 쌀 품질 문제에 대해 당사자가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수요자 계약 판매 방식으로 원료공급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민간 거래 방식으로 제도적인 관계 설정을 통해 거래 당사자 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원료공급 체계에 대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쌀가공식품협회는 쌀가공식품산업 활성화를 통한 쌀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원료쌀의 품질 제고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쌀 소비 확대의 답은 쌀가공식품 소비 활성화다.
이를 위해 쌀가공식품업계에서는 소비자 니즈에 맞는 제품 개발 및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한 안전한 제품생산으로 소비자 선택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정부에서는 가공용 쌀 품질관리센터(한국쌀가공식품협회)와 복지용 쌀 민원 처리 전담 기관(대한곡물협회)의 효과적인 운영 관리를 통해 사후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부양곡 품질개선 대책 마련을 통한 원료 품질향상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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