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 정부가 지난달 21일 과소화․고령화 등으로 인한 농촌소멸 위기를 타개하고, 정주여건 개선과 산업 유치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농지규제 합리화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에서 열린 열세 번째 민생토론회에서다.

이날 발표한 정부의 농지이용 구제 합리화 방안을 보면, 농업진흥 지역 내 3ha 이하의 소규모 ‘자투리 농지’를 정비하기로 했다. 자투리 농지는 농업진흥 지역을 도로․택지․산단 등으로 개발한 이후 남은 농지로서, 여의도면적의 70배가 넘는 총 2만1000ha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이 자투리 농지의 규제를 풀어 지역주민들을 위한 문화복지시설, 체육시설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농지 전용 절차 없이 스마트팜과 농촌 체류형 쉼터도 설치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도 추진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실내 다단구조물에서 고도의 환경조절과 생산공정 자동화로 작물 생산량과 품질을 향상하는 차세대 식물생산 시스템인 수직농장의 농지 설치를 허용하고, 도시민이나 주말 체험영농인 등이 농촌지역에 체류할 수 있는 임시거주시설인 ‘농촌 체류형 쉼터’도 도입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정부의 농지이용 규제 합리화 방안이 농지전용을 부추겨 글로벌 식량 위기 속에서 강화해야 할 식량안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신중을 기할 것으로 촉구한다. 물론 농지규제를 개선해 스마트팜, 수직농장 등을 설치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첨단농업 발전을 꾀하고, 도시민을 농촌으로 유인해 농촌소멸 위험을 막겠다는 정부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농지는 특히 우량농지는 식량안보 유지를 비롯한 국토환경보전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필수 자원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식량생산 기반은 악화일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경지면적은 약 152만 8000ha로 전년 대비 1.2% 줄어들었다. 경지면적은 2012년에 전년보다 소폭 증가한 이후 10년 연속 감소세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각종 개발사업이 잇따르는데다 도시기반 확충에 따른 대규모 공장, 주택, 공공시설 등의 건설로 농지가 계속 훼손돼 온 때문이다.

당연히 식량자급률도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50%에 가깝지만, 이는 그나마 100% 자급에 가까운 쌀이 포함된 때문이며,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2.3%에 불과하다. 여기에 지구온난화에 따른 일상화된 기후위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에너지와 비료값 상승 등으로 글로벌 식량위기가 닥칠 가능성도 커졌다.

우리 정부도 기후위기와 국제 유통망 불안 등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2027년까지 식량자급률 55.5% 달성을 목표로 하는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방안을 마련한 것이 불과 1년여 전이다. 이 방안에는 5년간 연평균 1.2%인 농지면적 감소 추세를 연평균 0.5%로 완화해 2027년까지 농지면적을 150만ha 수준을 유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렇다면 굳건한 식량자급 기반 구축을 위해 우량농지를 중심으로 오히려 보전․활용을 강화해야 한다. 집단화된 농지에 비해 기계화 영농 효율성 등이 낮아 농업 생산성이 떨어지는 ‘자투리 농지’라 해도 농업진흥지역 만큼은 결코 훼손해서는 안되다. 주곡인 쌀의 생산 및 소비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다른 곡물, 특히 밀과 콩의 생산을 늘려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도 더욱 그렇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농지이용 규제 합리화 방안은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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