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낙농과 김찬란 수의연구사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낙농과 김찬란 수의연구사

아침, 저녁으로 아직 공기가 차다. 이렇게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사람도 면역력이 약해지기 쉬운데 가축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면역능력이 완전하지 않은 어린 가축, 송아지는 질병에 걸리기 쉽다. 송아지가 아프면 치료비나 보살피는 노동력이 더 든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 송아지를 잃게 되면 축산농가에 경제적 타격이 크다.

송아지 시기 건강관리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젖 떼는 시기 체중이 성장형질, 도축 후 지육량 등의 도체형질과 밀접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젖을 먹는 포유기 때 건강관리를 잘해주어 젖 떼는 시기 체중이 우수한 송아지로 키운다면 출하 후 농가 소득과도 직결되는 셈이다.

신생 송아지의 건강관리는 탯줄 소독과 체온 유지 등이 있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초유다. 송아지는 어미소가 분만 직후 며칠 동안만 분비하는 초유(初乳)를 섭취함으로써, 태아시기에는 흡수할 수 없었던 항체, 면역 유익 성분, 장내 세균총 형성에 유익한 인자 등 성장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물질을 어미로부터 얻게 된다.

질병에 저항할 수 있는 충분한 항체가 초유를 통해 송아지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임신우는 분만 3~6주 전에 소화기질병 백신을 접종하고, 가임우에는 매 년 1~2회 정기적인 호흡기질병 백신 접종을 실시해야 한다. 건강하게 태어난 송아지라면 생후 6시간 이내에 생시체중의 10% 정도는 반드시 급여해 주어야 한다.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세균은 주로 환경에 오염되어 있다가 입이나 코로 들어온다. 사람들이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감염을 막기 위해 손 씻기, 식기 소독 등 위생관리를 기본으로 한 것처럼, 송아지 또한 먹고 자는 환경을 청결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축사를 자주 청소하고, 송아지 칸의 벽, 분리책 등의 소독도 가능하다면 하루 한 번, 적어도 한 주에 한 번은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깔짚도 자주 교체해서 병원체가 장기간 오염되어 있지 않게 한다. 사육자가 신고 다니는 신발 바닥을 통해서도 병원체가 옮겨지므로 송아지를 관리할 때는 특히 작업화 바닥, 작업복 그리고 손 청결에 신경 써야 한다.

초유를 통해 흡수한 항체나 면역관련 물질이 소실되어가는 생후 1개월령 전후는 송아지가 질병에 가장 취약한 시기다. 이때는 송아지가 스트레스를 안 받게 아침 저녁 보온에 신경 쓰고, 깔짚을 넉넉히 깔아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하며, 포유기에는 환경 온도를 대략 15~25℃ 정도로 유지해준다.

또한 송아지 시기에는 사료가 갑자기 바뀌는 것이 스트레스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농후사료, 건초 등의 변화는 서서히 소량씩 해가며, 환절기엔 영양제를 사료에 첨가해주는 것이 좋다. 이유 시기 즈음해서는 스트레스 받을 때 걸리기 쉬운 파스튜렐라성 폐렴(병원체: Mannheimia haemolytica)에 대한 백신도 권장된다. 또한 이 시기에 구충제를 주사하거나 먹여서 기생충 감염으로 인한 혈변, 성장지연, 농장내 감염 확산 등을 막아야 한다.

질병은 초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더 심해지고 치료 기간도 더 길어진다. 송아지도 병이 지속돼 기력이 없는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회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며 치료 비용도 증가하게 된다. 송아지가 질병에 한 번도 안 걸리고 자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송아지 폐사율 감소를 위해 청결한 축사환경, 체계적인 포유 및 급이, 백신 접종, 기생충 구제 등 신경 쓸 부분은 많다. 하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사육자가 애정을 갖고 송아지를 자주 관찰해서 콧물이나 기침, 설사, 식욕부진 등 평소와 다른 이상 조짐을 빨리 발견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육자의 손길이 더 많이 필요한 환절기다.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작물이 자라듯 사육자의 발소리가 송아지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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