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농신문]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농산물 가격 잡기에 나서고 있어 농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현 물가상승의 주범을 농산물로 보고, 할인지원 확대와 수입과일 신속 도입, 비축․방출 등의 대책을 추진해 농산물 가격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이다.

최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국제유가 상승과 농산물 가격 강세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1%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작황 부진으로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20.9%나 올라 강세를 보이고 있음에 따라 범정부 차원의 농산물 가격안정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비상수급안정대책반을 가동해 품목별 동향을 매일 모니터링하는 등 농산물 가격․수급관리를 강화하면서, 3~4월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에 600억원을 투입해 주요 먹거리 체감가격을 40~50% 인하하기로 했다. 또 이 기간에 약 204억원을 투입해 13개 과일․채소의 납품단가를 지원해 유통업체에 대한 판매가격 인하도 유도하기로 했다.

아울러 만다린, 두리안, 파인애플주스 등 수입과일 3종에 대한 추가관세 인하와 함께 오렌지, 바나나 등 주요 과일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를 통해 직수입해 저렴하게 공급하기로 했다. 여기에 값이 크게 오른 사과까지 ‘금사과’로 불리며 수입을 검토하고 있어 과수농가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물론 지난해 인건비 등 생산비가 폭등한 데 이어 장마와 우박, 탄저병, 일조량 부족 등 자연재해로 작황이 좋지 않아 사과와 배 등 과일류와 토마토, 오이 등 과채류 가격이 오른 것이 사실이다. 농업인들도 소비자 가격 부담 및 수급 어려움이 있었음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농산물의 수급이 조속히 안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과연 사과 등 농산물값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범일까. 최근 농산물값 상승은 자연재해의 영향도 있지만 그동안 값싸다고 무분별하게 도입한 수입농산물로 국산 농산물 자급기반을 무너뜨린 것도 그 이유다.

더욱이 농산물이 전체 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낮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달초 발간한 ‘농식품 물가 이슈, 진단과 과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농축수산물이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점차 줄어 2022년에는 7.49%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최근 가격이 올라 소비자가 물가상승을 크게 체감하는 사과의 경우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가중치는 0.23%로 매우 낮다.

그런데도 농산물값 상승이 물가인상의 주범인 양 호도하면서, 정부가 농산물 수입 확대 추진 등으로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인건비와 영농자재비 등 생산비 폭등과 자연재해로 생산량이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에 다름 아니다.

농업인을 위해 존재하는 농식품부가 나서 농산물값을 잡겠다는 것은 더욱 안될 일이다. 농식품부의 임무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농산물에 대한 품질관리 △농업인의 소득 및 경영안정과 복지증진 △농업의 경쟁력 향상과 관련 산업의 육성 △식품산업진흥 및 농축산물 유통에 관한 사항 등이라고 명시돼 있다.

농식품부만큼은 ‘물가상승의 주범이 농산물’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농산물 가격 상승은 수요-공급 상호작용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특정 품목에 발생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전국민에게 적극 알리면서, 농업생산비를 보장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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