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 탐방] 육묘상 관주처리 신기술 농법 ‘그로모어’ ①
충북 음성 허재영 한국쌀전업농충청북도연합회장

허재영 회장이 모판에 직접 ‘그로모어’ 관주 처리하는 모습(2023년). 
허재영 회장이 모판에 직접 ‘그로모어’ 관주 처리하는 모습(2023년). 

[전업농신문=구득실 기자] “그로모어(GroMore™)를 아시나요?” 최근 벼 농가를 중심으로 병해충 방제효과가 탁월하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로모어는 전남농업기술원과 신젠타코리아가 2014년부터 공동 개발한 육묘상 관주처리 신기술 농법으로 병해충 예방, 수확량 증수, 고품질 쌀생산을 지원하는 벼 농가 실수익 증대 프로그램이다. 2016년부터 전남도 내 시범사업과 연계해 현장 실증을 완료했다.

벼 육묘판에 한 번만 처리하면 병해충 방제효과가 100일 지속되는 신젠타코리아 ‘그로모어’ 농법이 농업 현장에서 커다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에 본지는 벼농사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모판 관리를 위해 주요 병해를 예방할 수 있는 ‘그로모어’ 사용 농가를 만났다. 그들은 ‘그로모어’를 사용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고 털어놨다. 이들의 생생한 경험을 전달해 본다. 

벼 이앙 전 모판에 약제 1회 관주처리시 100일 유효

허재영 회장은 “그로모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병해충으로부터 안전성 확보, 고품질 다수확으로 소득증대, 농약사용량을 줄여 탄소중립 생활 실천까지 할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허재영 회장은 “그로모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병해충으로부터 안전성 확보, 고품질 다수확으로 소득증대, 농약사용량을 줄여 탄소중립 생활 실천까지 할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한국쌀전업농충청북도연합회 허재영 회장은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서 3대째 농사짓는 쌀 전문농사꾼이다. 쌀 농업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남다른 그가 두 아들에게도 벼농사를 이어가도록 권유해 현재는 삼부자 모두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1984년 귀향한 그는 그 이듬해부터 쌀농사에 사활을 걸었다. 농사에 뛰어든 이상 잘 알지 못하는 거리감을 탐구 정신으로 돌파했다.

1970~80년대에 식량 증산을 목표로 정부는 다수확 품종인 통일벼를 보급하고 생산 장려 운동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벼 도열병 등 병해충이 잇따라 발생했지만, 방제 기술 노하우가 전무했던 그 시절 속수무책으로 당했다고 허 회장은 회상했다. 그는 병해충 발생 후 방제는 아무 소용이 없다며, 벼 병해충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예방 차원의 선제적 방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깨우쳤다고 말한다. 그가 벼농사에서 방제를 가장 우선순위 하는 이유다.

허 회장은 고품질 쌀 생산과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국내 품종인 중생종 알찬미와 중만생종 친들을 선택했다. 알찬미는 도열병, 흰잎마름병, 줄무늬잎마름병 등 내병성을 갖춘 품종으로, 쌀이 맑고 투명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내병성을 갖췄다고 한들 벼농사에서 방제는 여전히 골칫덩어리다.

벼의 경우 고온다습한 조건이 지속되고 밀식재배를 하다 보니 최소 4~6번 정도 방제하게 된다. 농촌인구 감소 및 고령화에 따른 일손 부족으로 농가의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방제는 벼농사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널 만큼 신중한 성격을 지닌 그에게 홀연히 나타난 ‘그로모어’는 상당히 매력적인 방제 농법이었다. 골치 썩던 벼 병해충 방제에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기 충분했다. 벼 이앙 전 모판에 약제를 1회 관주처리하면 약효가 최대 100일까지 지속돼 본답에서 추가 방제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병해충 발생 밀도 높아지기 전 사전 예방가능

벼 농가 실소득 증대 프로그램인 ‘그로모어’는 ‘미네토듀오’ 종합살충제, ‘뉴샷’ 수도용 살균제, ‘참비’ 벼 전문 작물활성제를 제품 구성으로 한다.(사진 왼쪽부터)
벼 농가 실소득 증대 프로그램인 ‘그로모어’는 ‘미네토듀오’ 종합살충제, ‘뉴샷’ 수도용 살균제, ‘참비’ 벼 전문 작물활성제를 제품 구성으로 한다.(사진 왼쪽부터)

신젠타코리아 관계자는 “‘그로모어’는 전남농업기술원과 신젠타코리아가 공동 개발한 벼 육묘상 관주처리 신기술 농법으로, 모판에서 1회 관주 처리를 통해 본답에서 병해충 방제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벼의 수확량과 품질을 향상하는 벼 농가 실소득 증대 프로그램이다”라며 “이 프로그램은 벼 이앙 1~3일 전 ‘미네토스타’ 종합살충제, ‘뉴샷’ 수도용 살균제, ‘참비’ 벼 전문 작물활성제를 사용 면적에 따라 물에 희석해 샤워식 살수기, 물조리개를 이용해 모판에 관주처리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모판 관주처리는 육묘상 입제와 달리 벼에 빠르고 균일하게 흡수되며 병해충의 발생 밀도가 높아지기 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저온성 해충이 특히 문제시되는 중북부 지역에서는 ‘미네토듀오’를 중심으로 하는 그로모어 ‘미네토듀오’ 프로그램이 적용되고 있으며, 종합살충제 ‘미네토듀오’의 강한 침투 이행성으로 더 빠르고 지속적인 효과를 통해 저온성 해충인 벼물바구미, 먹노린재 등 초기 해충부터 혹명나방, 이화명나방 등 후기 해충까지 사전 예방이 가능하다.

따라서, 지역별 해충 발생 양상에 따라 ‘미네토스타’와 ‘미네토듀오’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충북대학교, 경상대학교 연구기관의 시험 결과에 따르면, ‘그로모어’는 관행농법 대비 우월한 병해충 방제효과로 수확량 증대와 고품질 쌀 생산을 가능케 함으로써 농가의 지속성과 실질적 수익 증대에 기여함이 확인됐다. 아울러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에 따라 항공방제, 광역방제에 의한 비산 문제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에서 방제 횟수를 줄이는 ‘그로모어’는 한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방제 횟수·노동력 감안하면 약제값 높지 않아
올해 39년째 43ha(약 13만 평) 논에서 농사를 짓는 전문 농사꾼인, 그에게도 여전히 어려움은 있다. 벼 병해충 방제할 때다. 2021년 ‘그로모어’ 농법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벼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주요 방제 대상인 잎도열병, 잎집무늬마름병 등 병 10종 및 벼잎벌레, 벼굴파리 등 해충 12종에 대한 시기별 병해충 발생을 예측하고, 적기 방제해야 안정적인 쌀 생산이 가능하다.

방제는 병해충 예찰 결과에 따라 실시하는데, 쌀 품질을 저해하는 도열병, 잎집무늬마름병 등과 기상변화에 따라 일시에 발생하는 돌발 해충인 혹명나방 등 효율적인 방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농가를 비롯한 지자체의 공동방제가 필수다.

처음엔 반신반의하며 2021년 시작한 ‘그로모어’ 농법은 그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했다고 한다. 그 해 기상 조건 등으로 인해 음성 지역 평균 쌀 수확량이 10% 감소했지만 20% 증수 효과를 봤다고 말하는 허 회장은 2022년 음성 지역 그로모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지난해 시범사업 단위면적을 470ha로 늘렸다. 벼농사 방제에 일손을 덜어주고 우수한 생육 효과로 수확량 증대 및 품질 향상을 가능하게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올해는 음성군과 지자체 협조로 600ha를 확보한 상태다. 향후 이 농법이 음성군을 넘어 충북도까지 전면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허 회장은 “그로모어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병해충으로부터 안전성 확보, 고품질 다수확으로 소득증대, 미질이 뛰어나고 밥맛이 좋다며, 농약사용량을 줄여 탄소중립 생활 실천까지 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처음 약제 가격에 대한 부담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기존 방제 횟수와 노동력 등을 감안할 때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하며 “이 농법은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 해소와 노동력 절감 등 최종적으로 농가소득 증대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농협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보조사업을 진행하여 충북도의 많은 농업인이 그로모어를 사용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 가지 첨언을 드리자면 최근 이상 기후로 인한 다양한 병해충이 증가함에 따라 출수(이삭패기) 전 1회 추가 방제를 권장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는 조언도 곁들였다. 이유인즉 지난해에는 돌발 해충인 혹명나방 등 벼 병해충 피해가 극심했다며, 이런 혹명나방은 약제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다 보니 아무리 방제해도 농가에 극심한 피해를 줄 수 있어 예방 차원에서 한 번 더 경각심을 갖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다.

허 회장은 앞으로 그로모어의 추천, 홍보와 함께 충북지역에 맞는 벼 품종으로 밥맛이 우수하고, 병해충 등 재배 안정성도 뛰어난 신품종을 개발·육성해 ‘자랑스런 충북쌀’ 브랜드로 키우고 싶다는 속내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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