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역 집결, 축산 생존권 사수 총궐기 대회 개최

[전업농신문=이태호 기자] 정부가 고물가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으로 주요 수입축산물에 대해 무 할당관세(0%)를 적용하면서 국내 농가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료값 폭등으로 인해 생산비 상승 부담을 겪고 있는 축산농가들이 수입 축산물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으면서 결국 거리로 나서게 된 것이다.

김삼주 비대위원장(전국한우협회장)이 규탄발언을 하고있다.
김삼주 비대위원장(전국한우협회장)이 규탄발언을 하고있다.

축산 생존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원장 김삼주)는 11일 서울역 12번 출구 앞에서 전국 축산농가들이 모인 가운데 ‘축산 생존권 사수 총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수입 축산물 무관세 철회와 사료값 등 물가안정 대책을 강력 촉구했다.

지난 7월 8일 정부는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으로 주요 축산물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과 물량을 증량하기로 결정하고 소고기(10만톤), 닭고기(8.25만톤), 돼지고기(7만톤), 분유류(1만톤)를 연내 무관세로 적용해 7월 20일부터 수입되도록 했다. 

이날 비대위측과 농가들은 정부의 무관세 조치의 발표 이후 국내산 축산물가격은 대폭 하락하는데 반해, 수입축산물 가격은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며 정부 정책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FTA발효에 따라 수입축산물이 범람하고 있다. 돼지고기는 이미 무관세로 밀려 들어오고 있으며, 닭고기와 소고기, 유제품은 2023년과 2026년에 관세가 전면철폐돼 농가들의 걱정이 크다.
축산단체장들은 "국가가 방치한 식량자급기반은 이미 붕괴 직전으로, 2021년 기준 소고기는 36.8%, 우유는 45.7%인 자급률 수치에서도 여실히 보여진다"면서 "지난 2년간 30% 이상 폭등한 사료가격도 농가들이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한돈협회 직원들이  정부 규탄 시가행진을 하고있다.
                   대한한돈협회 직원들이  정부 규탄 시가행진을 하고있다.

또한 최근 물가안정을 빌미로 수입축산물에 대해 무관세를 확대하는 조치는 물론, 작년 무차별 가금육 살처분으로 인한 수급불안을 계란수입으로 땜질했고, 군장병의 건강과 체력을 최우선으로 하는 군급식마저 수입산으로 도배하고 있어, 이런 축산말살정책에 전국 축산농가들이 어떻게 생업에만 전념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들은 정부가 무관세로 조치로 포기한 관세수입은 2,000억원에 달한다면서 이를 관세수입으로 거둬들여 국내산 농축산물 소비할인쿠폰으로 발행하고 농가 사료가격 안정에 지원하는 등의 합리적인 정책 시행이 가능한데도 농심과 소비자단체의 의견을 묵살하고 수입 축산물을 장려했다며 정부 정책을 강력히 규탄했다.

장수용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장(맨우측) 등 타 품목 단체장들도 연대 참석해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장수용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장(맨우측) 등 타 품목 단체장들도 연대 참석해 규탄구호를 외치고 있다.

농가들은 정부가 수입축산물에 지원하는 만큼 최소 국내산 축산물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하지만, 300억 원의 소·돼지 할인쿠폰을 추석에 발행한다는 것이 정부안이라며 결국 정부가 수입축산물 장려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가들은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상승으로 모든 생필품과 전력·유류·서비스 등 안 오른 것이 없지만, 수입축산물 무관세로 인해 국내 축산물 가격만 하락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현재 축산농가는 치솟는 사료값으로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출하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비대위 축산단체장들이 용산 대통령실 근처까지 시가행진후 규탄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비대위 축산단체장들이 용산 대통령실 근처까지 시가행진후 규탄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날 대통령실 근처 삼각지역까지 시가행진을 한 비대위측은 수해 피해 회복을 위한 이재민 피해 복구 성금 모금활동과 함께 집회장 인근 시민들에게 축산농가 집회 취지를 알리고 국내산 축산물 홍보를 위해 유인물과 축산물꾸러미를 준비해 전달하기도 했다.

이날 축산농가들이 전달한 요구사항은 △수입축산물 무관세 철회 △국내산 농축산물 소비촉진 및 할인판매 지원 등 피해 대책 촉구 △사료값 폭등에 대한 사료가격 안정화 지원대책 마련 △면세유 등 생산비 부담 물가안정 지원책 마련 △수입무관세 축산물에 대한 유통 공개와 수입축산물 무관세에 대한 축종별 부위, 톤수, 판매가격 등 전반적인 유통정보 투명 공개 △군납 군급식 경쟁입찰 철회 등이다.

김삼주 비대위원장(좌측)이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건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김삼주 비대위원장(좌측)이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건의문을 전달하고 있다.

한편, 비대위 측은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축산농가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건의문을 전달하고 이날 집회는 평화적으로 마무리했다.

김삼주 비대위원장(전국한우협회장)은 “물가가 오르고 국제정세가 혼란할수록 자국 산업을 안정화시켜 함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게 정부의 역할“이라며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버텨내고 있는 축산농가들을 위한 사룟값 안정대책과 식량안보 및 자급률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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