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 쌀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개최
신속한 보완입법 통해 ‘자동 시장격리’ 보장돼야
위법한 시장격리로 발생한 ‘손실보상’ 대책 촉구

1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쌀값 폭락, 쌀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발표자와 토론자의 주제발표와 열띤 심층토론이 이어졌다.
1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쌀값 폭락, 쌀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발표자와 토론자의 주제발표와 열띤 심층토론이 이어졌다.

[전업농신문=구득실 기자] 쌀값 안정을 위한 쌀 자동시장 격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45년 만의 쌀값 최대 폭락 사태를 맞으면서 대책마련과 쌀 수급안정에 대한 정부정책을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17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소병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을 비롯한 국회 농해수위 위원 9명이 공동주최하고, 한국농정신문, 전국쌀생산자협회,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가 공동 주관해 ‘쌀값 폭락, 쌀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쌀값 폭락의 원인을 진단하고 현행 양곡관리법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는 김호 단국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2021년산 시장격리에서 나타난 양곡관리법의 문제(공익법률센터 농본 하승수 대표)와 농민이 요구하는 당면 양곡관리법 개정안(쌀전업농중앙연합회 임병희 사무총장)을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올해 수확기 쌀값 안정 대책 필요
먼저 하승수 대표는 “현재의 낮은 쌀값은 양곡관리법상의 자동시장격리제의 취지를 무시한 부당하고 위법한 정부 정책의 결과물”이라며 “행정부의 위법한 법 집행에 대해 국회차원의 진상조사와 자의적인 법 집행을 막는 보완입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병희 사무총장은 “2020년 양곡관리법 개정시 ‘자동시장격리제도화’ 약속을 믿고 쌀 목표가격제도 폐지와 공익형직불제 도입에 동의했으나 정부는 농업인과의 약속을 위반했다”면서 “현행 양곡관리법의 조속한 개정과 법적용 시기까지 일정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2022년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전국쌀생산자협회 엄청나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2020년 변동직불금을 폐지하면서 시장격리제도를 만들었지만 실패한 정책으로 쌀값 안정을 이뤄내지 못했다”며 “정부는 우선 2021년산 재고미 전량을 시장격리해 쌀 대란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서용석 사무총장은 “최근 2021년도 쌀 초과생산 이후 3차례 시장격리를 했지만 여전히 쌀값 추락을 막지 못한 상황”이라며 “현재 2022년도 조생종 벼를 수확하고 약 한 달 이후부터 본격적인 수확기에는 대풍년이 예상돼 올해 쌀값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대풍이 예상되는 만큼 쌀값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통계청의 쌀 생산량 조사결과 전에 작황조사 자료를 토대로 정부가 선제적으로 초기에 적극 대응하는게 필요하다” 고 제언했다.

다음으로 전국농민회총연맹 이근혁 정책위원장은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식량주권을 지키고 곡물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비가 보장되는 적정가격에 쌀 등의 곡물이 공급되도록 제도적 변화와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가격 안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9월 정기국회에서 양곡관리법을 개정해 자동시장격리제도를 도입하고, 폭등한 농자재값은 정부가 책임지고, 밥 한 공기 쌀값 300원을 보장해서 지속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식량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부활해야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장수용 회장은 “쌀값 폭락, 특단의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장 회장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쌀값 폭락을 막고 수확기 쌀값 안정을 위해 4차 쌀 시장격리를 조속히 시행해야 하며, ′21년산 쌀 시장격리에서 나타난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양곡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그는 또 “쌀값 안정을 위해 들녘경영체 등을 중심으로 2016년부터 논 타작물 재배가 확대됐으며,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논 타작물 재배지원사업이 시행되면서 벼 재배면적이 감소세를 보이며 쌀값이 안정세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정부에서 이 사업을 중단함에 따라 많은 논 타작물 재배농가가 쌀로 회귀하면서 쌀 과잉생산과 쌀값 폭락 등 작금의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지속적인 쌀값 안정과 식량자급률 제고를 위해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을 부활, 지속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농협중앙회 이천일 품목지원본부 상무는 쌀 시장안정을 위한 농협의 역할에 대해 “벼 농가의 판매애로 해소와 산지 수급안정을 위해 농협은 수확기에 농가 벼를 최대한 매입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관련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21년산 매입물량의 89%를 산물벼로 매입하는가 하면, 고품질 품종 계약재배 확대를 통한 생산기반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종인 연구위원은 “2021년산 쌀 시장격리가 수확기 내 이뤄지지 못한 데에는 수급상황과 쌀 가격의 불일치 등으로 인해 시장 상황에 대한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던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1년산 수확기 초기 가격이 전년대비 높게 형성되는 등의 영향으로 쌀 생산량 증가에도 불구하고, 시장격리 등 정부의 수확기 대책이 적기에 시행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김 연구위원은 “쌀 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개정된 양곡관리법의 취지가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쌀 수급에 맞는 시장가격 형성이 전제돼야 하며,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시장격리조치는 어디까지나 사후적인 대응방안이고, 대규모의 재정이 소요되는 만큼 최대한 사전에 공급과잉에 대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재배면적 조정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농민들은 김 연구위원의 발언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21년산 쌀의 생산량은 과잉생산이 아닌 평년작이었는데도 쌀값은 왜 떨어졌으며, 양곡관리에 대한 대책은 있는 거냐”며 따져 물었다.

또 다른 농민은 “올해 햅쌀 가격 목표를 얼마로 잡고 있는지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을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농림축산식품부 전한영 식량정책관은 “3차례 시장격리에도 불구하고 산지 쌀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고, 지난해 비해 산지 재고는 많은 편이라 현 상황을 매우 엄중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쌀 수급에서 가장 중요한 쌀 소비량 수요변화나 시장 상황 등 수량 예측이 정확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전 국장은 우선 “단기적으로는 10만톤 추가 격리 물량을 조속히 매입하고, 벼 재배면적, 작황 등을 면밀히 점거해 수확기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며, 추가격리 효과가 시장이 빨리 나타날 수 있도록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매입하고 정확한 산지 재고 파악을 위한 실측도 실시하고 있어 이번 주에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장기 안으로 쌀 대신 밀·콩 등 타작물 재배 지원, 쌀가루 산업 육성, 다수확 품종 재배 감축, 쌀 소비촉진 등을 통해 쌀 수급 균형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쌀값 폭락, 쌀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의 공동주최인 소병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좌측 4번째)을 비롯한 국회 농해수위 소속 의원 9명 및 관계자들이 손에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쌀값 폭락, 쌀 정책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의 공동주최인 소병훈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좌측 4번째)을 비롯한 국회 농해수위 소속 의원 9명 및 관계자들이 손에 피켓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쌀가격 문제는 범국가적 해결 과제
앞서 이날 토론회의 공동 주최자로 참석한 소병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정부는 쌀 변동직불제를 폐지하고 공익직불제를 시행했으나 시장격리 시기 등 여러 문제로 쌀값 변동 폭이 안정세를 찾기 못했다”며 “쌀값 문제는 비단 농업의 문제가 아닌 범국가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국정과제라며, 농민들의 피와 구슬땀으로 일군 오늘날 쌀 시장이 하루속히 안정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농해수위 소속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은 “쌀 생산 풍년이 오히려 쌀값 폭락으로 이어져 농심을 멍들게 하는 풍년의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더 이상 농민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불합리한 현행제도를 개선하고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윤준병 의원(전북 정읍시·고창군)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하루 한 공기도 되지 않는 가운데, 밥 한 공기 쌀값이 300원이 못되는 실정을 보고 있자니 농민들의 깊은 한숨과 어려움이 뼛속까지 느껴진다”며 “지난 5천년 우리 민족의 역사의 뿌리이자 근본 그 자체인 쌀을 천대시하고 있는 정부의 안이한 정책이 농민들을 더 가슴 아프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번 토론회를 주관한 전국농민회총연맹 하원오 의장은 “우리 농민들은 어느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며 “정부가 제때 시장격리를 하지 않고 방치했으며, 뒤늦은 시장격리마저 ‘역공매 최저가 입찰’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방식으로 진행해 쌀값을 폭락시켰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전농은 오래전부터 국가가 농업을 책임지는 ‘국가 책임 농정’의 실현을 주장하고 있다”며 “오늘 이 자리에서 토론되는 내용이 안정적인 쌀값 보장을 통해 ‘농민값’을 보장해 주는 밑거름이 되고, 더 나아가 이후 국가 책임 농정 실현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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