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식량산업 발전 우리가 책임진다①
경기도 이천시 모가영농조합법인 이상진 대표
농림축산식품부-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전업농신문 공동기획

모가영농조합법인 이상진 대표가 경기도 율면 고당리에 위치한 회원 농가인 황진형 씨의 2.645ha(8천 평) 면적에 조사료를 심은 논을 가리키며 올봄에 파종해 내달 5월 중순쯤 수확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모가영농조합법인 이상진 대표가 경기도 율면 고당리에 위치한 회원 농가인 황진형 씨의 2.645ha(8천 평) 면적에 조사료를 심은 논을 가리키며 올봄에 파종해 내달 5월 중순쯤 수확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업농신문=구득실ㆍ이태호 기자] 정부는 올해 벼 재배면적을 3만 7000ha 줄이기로 했다. 쌀값 안정을 위해 소비감소 추세를 고려, 쌀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쌀을 재배하던 농가가 겨울철에 밀·조사료를, 여름철에 콩·가루쌀을 이모작 할 경우 1ha 당 50만~430만 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전략작물직불제’를 올해부터 시행한다. 작물 전환을 유도해 쌀 재배면적을 줄여 구조적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밀·콩·가루쌀에 대한 자급률도 끌어올려 식량안보를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벼 재배면적 감축과 논타작물 전환, 그리고 쌀 소비확대 등을 통해 새로운 농가소득을 올리고 있는 선도 농가를 찾아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해 본다.

‘쌀의 고장’ 이천은 예로부터 땅이 넓고 기름진 곳으로 밥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진상미로에 모가영농조합법인이 있다.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책임질 영농후계자로 정부가 추진하는 쌀 생산량 감축에 발맞춰 쌀 수급 안정을 도모하고자 수입의존도가 높은 콩과 조사료(라이그라스) 등 전략작물 생산을 확대해 농산물 자립도와 농가소득을 높이며, 농업과 농촌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이상진 대표를 만났다.

벼농사에 안주 보다 새로운 작물재배 도전
3대째 가업으로 이어온 농사꾼 이상진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의 농사일을 돕다가 아버지 권유로 지난 2009년 농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자”라는 생각에 2015년 한국농수산대학교 식량작물학과에 입학해 기초부터 차곡차곡 쌓아나가며 농업인으로서의 기초 소양을 다졌다. 그로 인해 풍부한 실무경험과 폭넓은 인맥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천시는 특히 ‘임금님표이천쌀’이란 공식 브랜드로 여타지역과는 달리 쌀값 안정 및 농가소득을 실현하고 있어 이천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농업인 대부분은 벼농사 외 다른 작물 재배에 대해 관심이 없다. 왜냐면 수확 후 100% 수매를 해주는 농협이 있고 쌀값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높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상진 대표는 달랐다. 내일 당장은 아니지만 세계 식량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쌀값 폭락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다 보니 이천 역시 쌀값 위기에 부닥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쌀 소비감소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드문모심기를 하거나 농약과 화학비료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재배법이 아닌 쌀 재배면적을 줄여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쌀을 대신해 더 편하게 재배할 수 있고 농가소득도 보전할 수 있는 새로운 작물을 찾던 중 콩과 조사료가 유망할 것으로 판단해 2017년부터 전략작물 재배에 뛰어들었다.

모가영농조합법인 이상진 대표는 논콩 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해 전략작물 재배 기술보급과 안정적 재배를 통한 고품질 다수량 콩 생산을 위해 기본에 충실하겠다고 말한다.
모가영농조합법인 이상진 대표는 논콩 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해 전략작물 재배 기술보급과 안정적 재배를 통한 고품질 다수량 콩 생산을 위해 기본에 충실하겠다고 말한다.

뜻맞은 청년농 모여 ‘모가영농조합법인’ 탄생
처음에는 가족경영으로 운영하다 10명 내외의 청년 농업인과 손잡고 법인을 설립하게 된다. 그것이 오늘날 모가영농조합법인의 탄생이다.

현재 모가영농조합법인은 35개 농가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이 중 20개 농가가 전략작물인 콩과 조사료를 생산하고 있다.

쌀 적정생산량 유지 및 쌀값 하락 방지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전략작물 재배를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지금 이보다 앞선 2017년 1만 5천ha에서 전략작물인 논콩과 조사료 재배를 시작했던 모가영농조합법인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콩과 조사료 생산 면적은 50ha이며, 주력품종은 ‘선풍’이다. 장류 및 두부용으로 적합한 선풍콩은 병해충에 강한 특성이 있으며, 기계화 작업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병해충 저항성과 쓰러짐 견딜성이 강하다.

올해 콩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66.6% 늘어난 50ha다. 논콩 생산량 역시 지난해 50톤에서 올해 120톤으로 생산 계획을 확정했다.

벼농사 외에 전략작물 재배의 불모지와도 같았던 이천에서 이같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것은 전략작물 재배 첫해 수확량이 고작 평균 0.5㎏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이 대표의 근면함과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올 생산량 전년보다 2.4배 많은 120톤 목표
현재 20여 농가가 50ha(15만 평)에서 콩과 조사료를 생산하는 모가영농조합법인은 전량 정부가 수매하고 있어 판로의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올해 목표는 전년보다 2.4배 많은 120톤이다. 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이 대표는 법인에서 7ha를, 가족 소유의 논 중 3.3ha(약 1만 평)를 타작물 생산을 위해 전환했다고 한다.

모가영농조합법인 회원농가의 경우 콩 수매 직후 바로 정산되지 않는 대금 문제와 콩 수매를 위해 김제까지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으로 직거래를 고집했던 농가들도 이제는 이 대표를 믿고 전략작물 재배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모가영농조합법인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재배면적 대비 콩 생산 수량은 미흡한 실정이지만 품질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지난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주관하는 ‘국산콩 우수 생산단지 선발대회’에 참석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대회는 국산콩 재배 농가의 영농의욕을 높이고 우수 생산단지 발굴을 통해 고품질 다수확 재배 기술을 확산시키고자 지난 2021년 처음 시작됐다. 정부 지원 논콩 전문 생산단지 122개소 및 공동영농 면적이 10ha 이상이면서 콩 재배면적이 5ha 이상인 운영 주체가 그 대상이다. 2년 연속 낙마했지만, 그는 도전을 멈출 생각이 없다. 재배 기술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효율성을 제고시켜 생산성과 소득향상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각오다.

지난해 모가영농조합법인의 논콩 타작물 재배(왼쪽) 모습과 콩 수확 탈곡 모습.
지난해 모가영농조합법인의 논콩 타작물 재배(왼쪽) 모습과 콩 수확 탈곡 모습.

지리적 여건 유리점 살려 기반시설 갖춰 규모화
이천은 비옥한 토양과 큰 일교차, 일조량이 많은 기후 여건을 비롯해 청정한 물이 있어 고품질의 콩을 생산할 수 있는 지리적 여건을 갖췄다. 다만 유실·침수·매몰 방지를 위한 배수로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히는 이 대표는 “이천시의 경우 농업도시가 아니다 보니 규모화, 조직화해 공동수확을 하기 위한 집단화가 형성되기에는 여건이 절대 녹록지 않다”라며 “전략작물 재배를 위한 여건 개선을 위해 논콩안정생산 재배 기술 교육 및 컨설팅 등을 통해 영농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농가소득 증대와 생산비 절감에 주력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모가영농조합법인은 지난해 정부가 추진하는 식량작물공동(들녘)경영체육성 시설·장비 지원 예산으로 5억 원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논콩 재배에 필요한 범용 콤파인, 트랙터, 파종기, 선별기, 굴삭기 등 대형농기계를 5월 입찰을 통해 올 상반기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이천시로부터 소형 논콩 파종기 3대도 지원받을 예정이다.

이 대표는 정부 지원으로 논 타작물 시설·장비를 갖추는 등 사업 다각화를 꾀하며, 논콩 재배기술 표준화를 통해 공동농작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모가영농조합법인의 회원들은 청년 농업인이 대부분이다. 이 대표는 “청년 농업인의 유입과 역할에 대해 쉽게 농업에 도전했다가 좌절을 맛보는 경우가 많다 보니 처음부터 농작업을 더 편하고 더 쉽게 하겠다는 생각은 지양해야 한다”라며 쓴소리를 냈다.

이어 “어르신들의 수년간 농사 노하우를 배우며, 기초를 탄탄하게 다져나가야 한다”라며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며, 기교 대신 땀 흘린 만큼 결실을 볼 수 있다”라고 조언한다.

이 대표는 앞으로 콩을 활용한 식품개발 등 가공산업 육성방침을 시사하면서, 1차 생산물이 있어야 6차 산업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기본에 충실하고 조급하게 서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고 말하는 이 대표는 “논콩 전문생산단지를 조성해 재배 기술보급과 다방면에서 콩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다수량을 얻기 위해 기본에 충실한 모가영농조합법인을 만들겠다”라는 당찬 포부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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